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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5.꽃을 따러갔다가

작성일 : 2024.03.11 08:25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5

꽃을 따러 갔다가

 

 

임자요, 자 보소. 감꽃 따가니데이!

 

동구 밖 보리밭 건너 외딴 집 감나무의 감꽃이 탐스러웠다.

우리는 배꼽까지 자란 보리밭 고랑을 살살 기어서 다가갔다.

울타리 너머 튼실한 감나무 가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지만

임자가 무서워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아무도 섣불리 울타리를 넘지 못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결에 감꽃 향기는 우리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 그 쌉살한 감꽃 맛...

결국 내가 용기를 내어 울타리를 넘어 감나무에 오른다.

'임자요, 자 보소. 감꽃 따가니데이!'

용기 없는 녀석들이 저만치 줄행랑치면서 일러받치고 있었다.

엉겁결에 나는 보리밭으로 떨어져 까진 무릎을 감싸쥔 채 숨을 죽였다.

오월 푸른 보리 고랑은 바람에 출렁이고 있었다.

 

쉰의 고개에도 임자가 있는 감꽃은 여기저기 피어 있다.

바람이 불면 내 마음의 감꽃 향기는 오월 보리밭보다 더 출렁거린다.

탐스러운 감꽃들은 모두 울타리 너머에 피어 있다.

나는 임자가 무서워 감꽃을 따러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

쌉살한 감꽃 한입 가득 털어넣으련만

늘 침만 꼴깍꼴깍 삼킬 뿐이다.

 

사족/ 감꽃이 먹을 만할 때는 이미 열매가 맺어 있어서,

꽃을 따 먹는다 해도 감나무 가지가 뿌러지지 않는 한

주인(임자) 입장에선 전혀 손해가 없다.

<박명호/ moonye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