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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의 시로 여는 세상

<김종해 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할머니 추억

작성일 : 2024.02.26 10:23

할머니 추억 /김종해

 

 

내게 피를 물려주신 윗대 어른중 어머니 할머니 삼촌 세분만 안면이 있다. 마흔 세살의 나이로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을때 우리집은 예순 여든의 할머니 ,서른 세살의 어머니 ,열다섯살 큰 누이,아홉살의 세째누이,만 네살반의 외동아들,갓 돌지난 막내여동생이 초가삼칸집에서 끼니를 걱정하면서 살았다.옷을 살 돈이 모자라서 내가 입던 닳고 닳은 헌 내복을 이쁜 내 여자동생이 물려 입었다. 추운 겨울철에는 방을 따뜻하게 데펴줄 장작도 마련할 수 없어 누나들과 내가 끌어온 나무잎과 시든 풀들의 꺼풀로 군불을 겨우 들이면 초저녁에만 온기가 있어 두텁고 무거운 솜이불을 머리까지 덮어 써고 긴 겨울밤을 보내야했다.여자 다섯 남자 하나의 우리집의 가장은 엄마였다.엄마는 지개로 땔감과 볏단을 나르고 누나들은 짐들을 머리에 이고 날라 거들었다.

이 어려운 노동에서도 연로한 할머니만 열외였다.

우리 할머니는 투박하고 무뚝뚝하신 분이었다. 할머니 밥에만 눈꼽만큼 들어 있는 쌀밥 한 숟깔을 어머니 몰래 들어내어 내 밥에 보태주신 기억만 남을 정도로 귀한 손자를 눈으로만 사랑하고 가슴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시지 못하는 분이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은 그리움이 되어 시로 만들어지는데 우리 할머니는 시로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대구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큰 누나는 바겐세일 시집 보내고 할머니는 고향에 있는 삼촌집에 강제로 떠 맡기고 올 때 할머니가 서러워서 눈물을 보일때 모습이 애잔하게 떠 오른다

방학때 마다 삼촌집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 갔는데 성미 쫍은 작은 어머니와 투박한 작은 아버지의 홀대에 무척 서러워 하셨다. 팔십살이 넘어서는 심한 치매가 와서 삼촌과 숙모가 힘들게 모셨다

내가 대학교 일학년때 팔십셋에 한 많은 이승을 하직하셨다.장자 상속으로 어린 나이의 내가 상주가 되어 고향마을 맞은 편 산에 할아버지산소옆에 묻어드리고 해마다 벌초를 했다. 돌아가신지 50년의 세월이 지날때 자연으로 돌아가셔서 좋은 세상에서 영면하시라고 벌초를 그만두었다.

이 또한 불효이다

똑똑하고 효심깊었던 큰 아들 먼저 보내고 한 많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셨던 우리 할머니와

내 나이 13살 때까지 한집에서 함께 살았다

긴 곰방대에 맨살 담배잎을 한 웅컴

꾸게넣고 뻑뻑 피우시면서 겨울철 긴긴 밤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초저녁에 소죽을 끓이고 담아 온기가 꺼져가는 화로를 꽝꽝치던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내 고향초가집에서 할머니가 싸리문을 열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엄마가 몹시 보고 싶다

-2024.2.20 새벽.은산 김종해,할머니가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