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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0.07 10:18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김 호 길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오면 더는 천사를 찾지 말아라,
천사들이야 훨훨 하늘로 날아다니지, 허공중에 떠 있겠는가
눈높이를 낮추어 보아라, 천사들은 여전히 사방에 숨어 있으니
왱왱 사이렌 차가 지나가고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뱅뱅 돌고 있으면
그것은 가끔씩 들리는 악마를 쫓는 소리이고, 숨어 있는 천사와 숨
죽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천사들의 가족이란다
도처에서 거지건 노숙자건 꾸역꾸역 몰려드는 걸 보면 아직도
천사들의 도시라서 그런 거란다 아직 젖과 꿀이 흐르는 복지라서
그런 거란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어 집값이 천정부
지로 솟는 걸 봐라, 세상에는 사람 살 만한 동네가 별로 없어서
그중 제일 괜찮다는 천국이란 소문이 파다해서 그런 거란다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지상의 모든 동네에서 여전히 천사
들과 천사들의 가족들이 붐비고 있나니.
-시집 『지상의 커피 한 잔』(2021년)
<약력>경남 사천시 출생, 1963년 개천예술제 제1회시조백일장 장원 ,1965년 <율시조 동인>활 동.1967년 ⟪시조문학⟫ 3회 추천완료 등단, 시조집 『하늘 환상곡』,『사막시편』 홑시조집 『그리운 나라』 등 다수, 현대시조상 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다수 수상.1964-65년 육군 보병학교 소위 임관. 1966년 육군항공학교 수료 육군항공 파일럿으로 1970년 월남전 참 전.1974년 대한항공 입사 국제선 파일럿.1981년 도미 LA 미주중앙일보 기자, 1984년 LA 근교 온타리오에서 해바라기 농원 설립. 1988년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에 농업법인설립.
김호길 시인은 필자의 진주고등학교 2년 선배로 경상대학교 농과대학(당시는 진주농대) 재학 중 개천예술제에 처음 채택된 시조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였다. 그 후 ⟪시조문학⟫에 3회 추천완료를 하여 본격적인 시조시인이 되었다. 그는 대학을 그만 두고 육군보병학교와 육군항공학교를 거쳐 전투 헬리곱터 조종사로 월남전에 참전하였다. 제대 후 대한항공 국제선 조종사로 근무하다가 LA에 정착하여 농장을 마련하여 농산물을 LA에 판매하다가 그 사업은 큰 아들에게 맡기고 LA에서 1200마일이나 떨어진 칼리포니아 반도 멕시코령 인 바하아메리카 사막지대로 내려가 농업법인을 설립하여 멕시코인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국제농업경영인이 되었다. 그런데 필자와는 <남강문학회>라는 진주를 학연으로 한 남강문화권 문인들의 문학단체를 매개로 인연을 맺다가 2011년과 12년 연달아 1-2개월씩 LA에 머물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유일한 홑시조집 『그리운 나라』의 해설을 쓰기도 했다. 그는 매년 사업상 한국에 나오며 우리나라가 이중국적을 허용하자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은 애국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페이스 북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걱정하기도 한다. 그는 시 쓰기도 겸하고 있는데 시조가 고국을 떠난 나그네 의식이 농후한데 비해 시에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그의 인격이 나타나 있고 세계인 특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히스페닉계 미국인에 대한 사랑에서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 지구촌 전체를 포용하는 글로벌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시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는 그가 1981년 이래 30년 동안 살았고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도시 LA 자체가 제재가 된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라는 지명은 스페인어로 ‘천사들’이라는 것으로 LA가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고 멕시코 령이라는 역사적인 유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큰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할리우드라는 영화도시가 있는 세계의 영화산업의 중심 도시이다. LA 한인 타운은 올림픽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우리나라 교민타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필자는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 초까지 LA에 체류한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연작시 49편을 묶은 시집 『천사의 도시, 그리고 눈의 나라』(2017,작가마을)를 낸 바 있다. 그 곳에서도 시집 전체에 등장하는 상징이 ‘천사’였다.
이 시는 산문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가 시집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천의무봉天衣無縫으로 막힌 데가 없이’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시적 긴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단락에 등장하는 LA에 오는 사람들이 찾는 ‘천사’와 둘째 단락의 눈높이를 낮춘 ‘천사’는 분명히 그 내포가 다르다. 앞의 천사는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LA에 온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쓰여졌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천사는 보이지 않고 실망만 할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둘째 단락에서 ‘눈높이를 살짝 낮춘’ 천사들은 사방에 숨어 있다고 인식한다. 왜냐하면 악마 즉, 폭력과 범죄를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쫓기 위하여 울리는 사이렌 차와 헬리콥터가 수시로 출동하여 천사들과 그 가족들을 보호한다.
셋째 단락에서는 LA의 부정적인 측면인 거지와 노숙자들이 많은 것도 긍정적으로 보아 그들도 천사를 찾아 온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해외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서는 LA의 모든 동네에는 천사들과 그들의 가족이 살고 있다고 끝을 맺는다. 이렇게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김 시인의 대범한 코스모폴리타니즘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몇 달 살아본 LA 역시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김 시인의 이 시를 공감한다. 25센트짜리 하나면 체류자 시니어에게도 버스를 타게 하고 여권의 입국 기록만 보고도 시립 골프장의 반값 이용 시니어 카드도 발급해주어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나 밤 외출은 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김 시인의 이 시처럼 LA는 여러 면에서 살기 편리하고 특히 단기체류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한 도시였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