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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9.13 05:32
59.억지춘향 /박명호
춘향은 소문과 달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추녀였다.
시냇물 졸졸 버들강아지 보송
지지배배 여기저기 새들 소리
이산 저산 꽃 가득 향기 가득
봄이 왔다 봄이로구나!
빨래하던 춘향이 고개 들어 종다리를 찾으나 머리만 어지럽다.
그런데 저 만큼 봄보다 설레는 멋쟁이 총각이 걸어간다.
이 고을 소문난 사또네 이 도령이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 마라.
같이 빨래 온 옆집 봉이가 그 도령을 멍하니 쳐다보는 춘향의 머리카락을 당겼다.
그날부터 춘향의 병이 깊어갔다.
눈만 감으면 사또네 도령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몸이 점점 야위어갔다.
그의 어미 월매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드디어 이 도령 늙은 기생집 걸음 했다.
월매는 이 도령이 술 취한 것을 확인한 뒤에
춘향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
잔뜩 화장을 한 춘향의 모습은 술 취한 도령에게 꽤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둘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이 도령은 춘향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몹시 난처했다.
수일 내 다시 들리겠소.
도망가 듯 월매집을 나온 이 도령은 다시는 그 집에 걸음하지 않았다.
춘향이 인편을 통해 여러 번 편지를 보냈다.
서신이 너무 심각해서 이 도령은 방자를 통해
서울 가서 성공하면 데리러 올 것이라며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서울 간 이 도령은 영영 소식이 없었다.
결국 춘향은 이 도령을 그리다 죽었다.
몇 해 뒤 남원 고을에 흉년이 계속되어 점을 보니
춘향이라는 처녀귀신의 원혼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춘향굿이 시작됐고 굿은 판소리가 되었던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