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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9.09 11:40 수정일 : 2021.09.09 11:43
푸른 저녁
/이상개
그 푸른 저녁에
우리들은 별자리를 새기며
이야기꽃을 심었다
여백을 위한 약속은
언제나 따뜻하고 든든했다
가끔 별동별이 흘러갔다
열차가 자정을 향해 달리면
별자리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몸부림도 잊은 채
따끈따끈한 별들을
마구 쏟아 부었다
그 푸른 저녁에
-시집 『산너머 산』(2020.빛남출판사)
약력;1941년 일본 고베 출생 , 광복후 고향 경남 창원시 봉림동으로 돌아와청소년 시절을 보 내며 마산고등학교를 졸업. 1964년 해군복무 시절 ⟪잉여촌⟫ 동인 활동, 1966년 60년대 ⟪시문학⟫(1965-66)2회 추천(김현승추천)으로 시단 데뷔, 1972년 <시법>, 1988년< 시와 자유> 동인, 부산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대시인상, 부산시문화상(문학부문) 등 수상. 1970년 제1시집『영원한 평행』 이후 『만남을 위하여』,(1985),『단풍 드는 나이』,(2017)등 14권 시집 발간,
이상개 시인은 필자가 데뷔한 1965-66년 2년 동안 문덕수 시인이 주재한 월간⟪시문학⟫으로 데뷔한 7인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7인 가운데 필자와 이 시인 두 사람이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1970년 첫 시집을 낼 때부터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월간⟪시⟫를 발간하고 있는 민윤기 시인 덕택에 7인 시집 ⟪평생 시를 쓰고 말았다⟫(스타북스)를 함께 역었다. 이 시인이 1988년부터 속한 부산의 <시와 자유> 동인들 가운데 몇 분들이 최근에 작고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소 리얼리즘 경향의 시를 썼다. 그러나 이 시인은 현실을 제재로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현실에 대한 연민, 상실감 등이 주조를 이루고 있어 서정성이 강한 작품을 써 왔다. 그런데 이 시인도 80을 갓 넘긴 이제는 현실의 문제보다 지난날을 회고하거나 살아온 날들에서의 욕심들을 내려놓는 달관적 태도를 가진 시들을 많이 쓰고 있다.
시 「푸른 저녁」은 달관적 태도이기보다 젊은 날에 있었던 추억들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 흔한 편안함보다는 시적 긴장감이 느껴진다. 우선 제목부터 ‘푸른 저녁’이라 하여 다소 상징적이다. 즉 ‘푸른’이라는 색채가 젊은 날을 상징한다. 그러면서 첫 연 첫 행에 대뜸 ‘그 푸른 저녁’이 등장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는 응축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어 전개되는 ‘’별자리를 새기며 나눈 이야기꽃‘도 역시 많은 내포를 가진 부분이다. 둘째 연의 경우 ’여백을 위한 약속‘도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행에 등장하는 ’별동별‘에서는 환상적인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셋째 연에 등장하는 ’열차‘의 질주 또한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연과 넷째 연은 문맥적 의미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몸부림‘이라는 시어까지 등장하여 역동적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리고 마지막 행 ’그 푸른 저녁에‘는 첫 연 첫 행과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이 시인의 시 가운데 이렇게 많은 내포를 가지고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시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도 80의 노시인의 시라고는 볼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가운데 젊은 날의 밤 그것도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게 바라보았거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해본 체험을 가졌다면 더욱 감동적이고 그 날들을 실감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체험을 보편화 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