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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읽기 44> 김용언의 어둠의 겨울

작성일 : 2021.08.26 10:16

어둠의 겨울

 

/김 용 언

 

 

때로는 겨울로 머물고 싶다

꽁꽁 얼어버리면 내 그리움은 무슨 빛깔일까

고독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무슨 빛깔로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흐르던 물은 대화를 단절하고

겨울 나무들도 푸름을 거부할 때

나의 뿌리는 얼마나 땅심 깊히 파고들어 갔는지 궁금했다

 

목숨 걸고 투쟁하듯 살고 있는데

그래도 가족들은 언제나 나의 겨울 어둠을 지켜주고 있다

 

어둠의 겨울은

나를 고민하게 하고, 대화를 단절하게 하고

생명을 정지하게 하고

때로는 목숨을 내놓으라 엄포를 놓지만

겨울이라고 모든 날이 다 추운 것만은 아니었다

-시집 유리벽, 거기(2020, 현대작가)

 

<약력> 동국대 국문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국문과 졸업,1977시문학(문덕수,김종길 추천) 등단, 국민대,서울여대,대전대 문창과에서 강의, 서울여자간호대학 도서관장 역임,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이사장, 시집돌과 바람과 고향,사막 여행,소리 사냥,유리벽,거기11, 시문학상, 영랑문학대상, 평화문학상, 포스트문학 대상 등 수상.

 

김용언 시인은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사업에도 성공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분당의 아파트에 살면서 가평의 청정 지역에 별장을 가지고 있다. 자녀들도 잘 두어 해외에서 자리 잡았다. 그는 문단활동도 열심히 하여 한국문협 시분과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1977년 시단에 데뷔한 이후 11권의 시집은 엮은 창작의 열정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집도 그가 주도하여 최근에 조직한 문학단체 이름의 출판사에서 내고 있다. 이 시집을 지난 해 시의 날’(2020.11.1.) 행사장에서 기증받았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참석자가 제한된 그곳을 김 시인이 직접 들고 왔다. 이렇게 된 사연은 SNS에 올린 시집 발간 소식에 그날 뵙자고 했더니 그 약속을 지켜 나온 그로부터 그 날짜가 적힌 시집을 기증받은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그의 삶의 진실성과 성실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시는 심상운 시인이 그의 제11시집 유리벽, 거기작품 해설에서 일상성의 시편들이 던지는 시적 사유의 높이(시집 pp125-127)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인의 경험적 자아가 바로 시적 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시집도 그러하지만 앞의 다른 시집도 그러하다. 말하자면 김 시인은 삶에서도 성실하고 현실 지형향적이듯이 시도 그러하다. 이렇게 개인의 경험적 자아를 그대로 시에 등장하는 경우에 시의 미적 구조나 기교보다 시에 내포하고 있는 세계관에 의하여 형성된 주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시가 관념적이고 철학적이 되어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인 세계와는 거리가 있게 된다. 그러나 김 시인은 이러한 상식과는 다른 점에서 독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어둠의 겨울은 겨울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하나인 절망이 형상화된 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겨울 속에서 시적 화자인 김용언 시인은 첫 연처럼 절망 속에서도 그리움의 빛깔을 탐색하고 고독의 정체도 파악하는 깊은 사유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사유는 둘째 연에서 흐름이 멈춘 강물겨울 나무라는 사물을 등장시켜 시인 자신의 뿌리라는 자아를 탐구한다. 그리고 절망의 극복은 혼자가 아닌 가족들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셋째 연에서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의 결과 마지막 넷째 연처럼 겨울이라는 절망은 고민’, ‘대화 단절’. ‘생명 정지’ ‘죽음등과 같은 부정적 관념과 행동을 생각나게 하지만 따뜻한 날도 있다는 희망을 알게 해준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렇게 김 시인은 겨울은 절망과 죽음이라는 상식적 상징을 깊은 사유를 통하여 희망으로 뒤집고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을 가족과 더불어 온다는 공동체 의식도 보여주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그의 시는 역설적 의미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의미구조가 그의 시를 긴장하면서 읽게 한다.

김 시인의 시 도처에서 발견되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관과 가진 것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는 사유는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의문은 그의 시집들에 대한 광범위한 고찰에서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