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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57> 불놀이

작성일 : 2021.08.18 12:10 수정일 : 2021.08.18 07:11

불놀이 /박명호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곧이어 메케한 냄새와 함께 거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파출소에서 불과 몇 걸음밖에 안 되는 사무실 건물이 시커먼 연기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을 동동 구르며 불구경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멀쩡한 그것도 잘 나가는 국회의원 사무실에 불이 날 수 있죠?

K는 옆에 있는 바바리의 사내에게 혼잣말처럼 물었다

방화요.

바바리의 사내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K는 그가 너무 자신 있게 말을 해서 형사나 보험회사 직원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렇고 보니 사내는 K가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줄곧 그의 옆에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불을 질렀죠?

불놀이하고 있는 거죠.

그들이 서 있는 쪽으로 연기가 쏠리면서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K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이 다급한 상황에 뭔가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 사내의 태도가 조금은 못마땅했다.

불놀이라뇨?

그제는 불보다 오히려 사내에게 관심이 갔다.

달집을 아시오?

대보름날 달맞이하면서 불태우는......

K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사내는 질문을 보충했다.

보름날은 액과 운이 가장 충천한 날입니다. 그래서 달집을 짓고 연기를 피우며 지신을 밟고 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달을 맞이합니다. 이날의 진정한 의미는 이 땅의 사악한 것을 태우는 것입니다. 달이 돋는 시각이 가장 효험이 있죠. 좋은 기사꺼리가 될 것이요.

아니, 제가 기자라는 것을 어떻게 아시죠?

화제 현장에서 여러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는 대수롭지 않는 듯했지만 K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벌써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했다. 소방호수의 물줄기가 여기저기 불길 속으로 날려들고 주위에는 경찰들이 구경꾼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사내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의 말대로라면 도대체 잘 나간다는 의원은 이 땅의 어떤 사악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부동산 투기, 자녀들의 특혜입학, 위선...

그 정도 비리 의원은 너무 흔하지 않습니까. 왜 하필이면 그일까...

K가 그런 얼굴로 그를 봤을 때 그는 보름달을 가리켰다.

 

내로남불 똥팔육...

사내는 달을 보면서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앞으로 보름마다 이런 장면을 볼 것입니다.

우리는 <꼰대추방 본부> 회원입니다. 자신들이 가장 도덕적인 세대인 것처럼 온갖 선한 척하며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을 하는 그 위선적 꼰대들을 하나하나 추방하는 운동입니다.<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