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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8.05 11:13
사랑하자 /민윤기
오늘,
지금,
당장,
마음 변하는 거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자
이 세상 가장 먼 곳으로
여행 떠나는 날
희미한 시야 속에 내 모습 바라보며
식어가는 내 가슴 위에 손을 얹고
눈물 흘릴 사람,
그대여.
사랑하자
미움도
양념처럼
실망도
조미료처럼
서로 간 맞추고
요리해가며
-시집 「사랑하자』(2021, 시선사)
*민윤기 ;시인,1966년 중앙대 국문과 재학중 월간 ⟪시문학⟫(문덕수 추천) 등단, 시집 『유민』,『시는 시다』, 『홍콩』 등. ⟪주부생활⟫, ⟪경향신문⟫, ⟪우멘센스⟫,일간 ⟪메트로신문⟫등 편집자 역임. 현재 월간 『시』 편집인, 서울시인협회 회장.
20대 초반인 1966년 대학 재학 중 문덕수 시인에 의하여 데뷔한 민윤기 시인은 월남전 참전의 체험도 하고 그 동안 여성지와 신문사 편집인으로 지내다가 몇 년 전 서울 지하철 시를 기획하면서 시의 대중화 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래서 2014년 1월 시전문지 월간⟪시⟫를 창간하여 8년째인 2021년 현재까지 만들고 있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중국의 탄압을 규탄하는 시집 『홍콩』을 발간하였다. 그 자신이 시집 『사랑하자』의 서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시는 현실 특히 민주주의에 반하는 세력에 대하여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새해 벽두에 엮은 시집 『사랑하자』는 이러한 현실 문제의 시들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서정시들로 편집되어 있다. 이 시집은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이 테마인 시들로 가득하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하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는 행 구분이나 연 구분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고 비유적 표현이 부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유의 원관념을 쉽사리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이면서 간절하게 아내에게 서로 사랑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작품을 가장 감동적이게 하는 부분은 둘째 연과 셋째 연을 이루고 있는 아내를 부르는 부분이다. 목숨을 거두는 순간을 ‘이 세상 가장 먼 곳으로 /여행 떠나는 날’이라고 약간은 비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식어가는 내 가슴 위 손을 얹고/눈물 흘릴 사람/그대여,’라고 부르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간절한 사랑 고백을 받는 민 시인의 아내는 정말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녀들을 다 출가 시켰거나 분가 시키고 노부부끼리 서로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은 꼭 읽어 보아야 할 시라는 생각도 든다. (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