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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8.03 09:00
아이러니
/박명호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항구 도시 시청으로 몰려왔다. 아니 그것은 습격이었다. 비둘기들은 인근 부두 하역장 근처에서 외국산 농산물 부스러기들을 주 먹이로 하고 있었다. 외국 농산물 수입이 줄어들자 비둘기들의 먹이감도 부족하게 되었다.
비둘기들이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외국산 농산물 수입 반대> 반미구호를 외치는 민주투사들을 위를 위협하듯 날아가면서 물똥들을 뿌려댔다. 먹이감이 줄어든 것이 그들의 시위 때문이란 듯 물똥들을 아래로 갈겨댔다.
공교롭게도 깃발을 든 몇몇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씨팔, 좆같은 새새끼들!”
염병에 까마귀 소리라고 했던가. 아니래도 감정이 격해 있던 시위대는 비둘기를 향해 불끈 쥔 주먹을 더 높이 올리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야말로 누워 침 뱉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개량 한복을 입은 그들의 모습에서 삼일절이나 광복절인가? 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지나가고 그 중 일부는 혀까지 차기도 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껏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는가 하는 표정들이다.<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