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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40> 조의홍의 낙타편지1

작성일 : 2021.07.29 10:43

낙타의 편지 · 1

- 오세요 한 세상

/조 의 홍

 

오세요, 오세요, 꽃피는 한 세상. 나무들은 푸르고 새들은 하늘

높이 있고 오세요, 생명이여 푸른 생명이여 살아있는 한 세상 그리고

꿈이여 살아 있는 한 세상 그래도 그대는 오세요, 그리고 꿈꾸세요

꽃피는 한 세상.

 

오세요, 오세요, 바람 부는 한 세상. 구름 흘러가고 긴 강물 번쩍거

리며 흘러가는 세상 오세요, 그리고 울어도 보고 또 울어 봐도

오세요 오세요 그래도 세상 멀리 떠다니는 그대의 혼 만나서

오세요, 꽃피는 한 세상.

-조의홍 시집 낙타의 편지에서

 

*조의홍(부산사 수영구);월간심상등단, 동아대 대학원 수료<문학박사>, 동아대, 동 의대, 부경대, 신라대, 부산예술대 강사, 부산시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시인협 회 상임위원, 시집 낙타의 편지(2020) 외 다수, 논문<한국산문시의 형성과정 연구>,<박목월 시 연구> 외 다수, 산문집 현실의 나무

조의홍 시인은 20178월 신약성경 공간복음(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생애를 시로 형상화한 시집 인간 예수 그리스도를 엮기도 하였다. 그 시집은 그 동안 소원했던 신앙을 정년 후에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통하여 다시 회복하게 해 주신 예수님에게 바치는 신앙시집이자 치유의 시집이었다. 그 시집은 우울증을 치유하는 2010년부터 7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쓰여 진 시집이었다. 이번에 엮게 된 시집 낙타의 편지(2020.4)는 그 동안 쓴 연작시 낙타의 편지96편으로 엮은 시집이다. 주로 추억 어린 장소들이 소제목으로 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다.

작품 가운데 <낙타의 사막>(5), <낙타>(50)과 같은 낙타가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시집 뒤의 산문에서도 낙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낙타는 조 시인의 페르소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낙타를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그 까닭은 어슬픈 듯한 행동이나 윤기 없는 털들때문이라고 하고 있으나 그는 이 낙타를 통하여 살아 온 동안의 근심, 기쁨, 슬픔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고민해온 죽음에 대한 절망 등의 문제에 대하여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의 삶에 대해서 달관하게 된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는 오랜 우울증과 싸우는 동안 영원한 안식처 예수님의 품에 안기면서 동시에 낙타라는 페르소나를 발견한 것이다.

<낙타의 편지 1>은 연작시의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작시 96 편 모두가 그렇지만 길지 않는 산문시 형태로 되어 있다. 산문시는 원래 분석적이고 토의적이지만 조 시인의 시들은 구어체 종결어미 ‘~세요’ ‘~탓으로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면서 따지기보다 공감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는 오세요라는 청유형이 등장한다.

첫째 연에서는 꽃피는 한 세상이라는 시적공간에다 나무’ ‘들을 등장시켜 푸른 생명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즉 이 세상 만물의 존재 여부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둘째 연에서는 바람 부는 한 세상을 시적 공간에다 구름강물같은 유동성 있는 사물을 등장시켜 울어도 보는슬픔도 극복하고 있다.

이 시에서 시적 청자인 그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그를 오랜 우울증의 고뇌에서 해방시켜 주신 예수님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우울하고 슬프게 인식되던 현실과 추억의 공간들을 아름답다고 보게 한 그 예수님인 것이다.(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