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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의 만주詩行 > 21.두고 온 빗소리

작성일 : 2021.07.27 11:58 수정일 : 2021.07.27 12:05

 

두고온 빗소리

/서지월

 

연변방송국 뒷골목

비술나무가 비치파라솔처럼

줄 지어 서 있는 조선족모텔 연꽃여관

숙소 창가에서 어젯밤

토닥토닥 내리던 빗소리

그걸 그만 두고 와 버렸네

연변된장술 중에 으뜸이라는

통통한 몸매의 5색 오덕된장술은

하양 노랑 빨강 남청 진청.......

빛깔대로 챙겨왔지만

당신은 두고온 빗소리 그것 때문인지

-한국으로 잘 귀국하셨네요

하고 메시지 보내주셨구려

못 만난 당신을 두고 온 것이나

빗소리를 두고 온 건 매 한 가지

어쩌면 좋아?

 

<詩作 노트>

 

- 연변민들레생태마을 연변된장술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연길 숙소로 찾아온 리동춘사장 승용차를 타고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어디에서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다.

마침 그날 조선족 여성 셋이 연변된장술공장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리동춘사장이 흑룡강성 해림 출신으로 고향의 후배되는 여성이 방문하러 오는 것이었다. 그들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고향 떠나가 산재지역에 살고 있는데 함께 시간 내어 만나 찾아온 것이다.

리동춘사장이 준비한 토종닭 백숙을 둥근 상을 마주해 맛있게 먹고 노랑저고리청국장된장술도 한 셑트씩 선물로 받았다.

그 다음해인가 연변민들레생태마을 연변된장술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그 여성들은 각기 멀리 떨어져 지내기에 다시 오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 중 한 여성이 한국시인인 내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단 한번뿐이었던 그때 인연을 잊을 수 없었던것이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날 밤, 잠은 잘 안 오고 혼자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는데 여관 창밖에서 토닥토닥 비가 내리고 있었다. 쓸쓸한 마지막 북간도의 밤이었다.

이튿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리무진 고속버스 타고 대구로 하행하며 어젯밤 빗소리마저 두고 왔다고 전언한 것이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