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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7.06 11:39
실직 /전진식
삼 개월째 쉬지 않고 달성공원 동물원을 찾는다
짐승들은 눈치도 없고
빈둥거림은 피장파장이다
어쩌면 구경꾼이 된 내가 저들 눈에 비추어진 동종의 몰골이다
할 짓이 없어 야바위꾼의 장기판에 훈수를 두다가
고래등 같은 고함에
슬그머니 등을 돌린다
회전목마를 탄 아이들은
풍선을 들고 뜀박질인데
빈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가 달랑거린다
**시인 전진식의 시 ‘실직’에서 묘사되는 장기판은 야속하기만 하다. 안 그래도 스스로 ‘빈둥거린다’는 생각에 서글플 화자를 더욱 주눅 들게 한 장기판의 호통이 밉다. 시를 읽는 독자도 더불어 머쓱해진다. 그저 남아도는 시간이 야속한 실직자의 눈에 보이는 장기판은 잠시 흥미로웠다가 야속함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오늘도 동네 장기판은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중앙일보 202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