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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6.29 06:33
압록강에 멱을 감다
/서지월
만주땅 환인에서의 저녁 무렵엔
비류수 강가에서 일찍 마중 나온
눈썹달 보며 한 시대의 역사를 맞이했는데
이튿날 말 달리듯 도착한
집안땅에서의 저녁은
도착하자마자 땀이 온몸에 배어
인력거 타고 압록강으로
줄달음쳐 가 멱을 감았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지만
압록강에 멱을 감다니!
그러나 내 살을 꼬집어 보니 생시였고
분명히 압록강이었으며 강 건너
북한땅 만포진에는 트럭이
산길 지나는 불빛만 아련할 뿐
내가 압록강가에서 멱을 감는데,
아, 멱을 감는데, 멱을 감는데,
어제 환인 비류수에서의
그 눈썹달이 따라와 내 벌거벗고
멱 감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며
자꾸자꾸 윙크하는 것이었는데
고국에 두고 온 애인의 눈웃음
다름 아니었다고 말해야 옳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 해야 될지
하여튼,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많이 들어온 압록강에
내가 와서, 멱을 감다니!
멱을 감다니!
아무도 멱 감는다고 말하는 사람 없는
집안땅 압록강에 와 보니
산은 산대로 언덕은 언덕대로
풀은 풀대로 나를 맞아
이렇게 반겨주었던 것을
<詩作 노트>ㅡㅡㅡ
**초등학교 때부터 수없이 많이 들어온 남한땅에서의 압록강!
이 압록강을 내 나이 사십 다섯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박명호작가 따라 처음 가서 대해 본 이 감개무량함을 그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시골정서 그대로여서 강언덕이 흙과 풀로 덮여 있었으며 마음대로 멱도 감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 제1도읍인 환인 비류수 강가에서 바라본 전날 다리 난간 위의 초승달이 이곳 고구려 제2도읍 집안 압록강에 와서 멱을 감는데 따라와서 그 풍경을 더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