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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읽기 35> 김경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성일 : 2021.06.24 10:55 수정일 : 2021.06.24 11:02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김 경 수

 

이야기 하나를 쓰고 싶었다. 이야기의 집 속에는 은빛 눈썹을 단 물고기가 살고 있고 책들이 걸어다니고 꽃병이 빛나는 언어를 품고 있었다. 당신에게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꽃병이 흘리는 언어들로 꽃이 시드는 이유를 아름답게 변명하고 싶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자 이야기가 나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했다. 저녁 식탁 앞에 앉으면 외로움과 대면해야 했다. 혼자인 것과 홀로 남는다는 것이 꽃잎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당연한 일이고 속절없는 기다림은 내 가슴을 겨누는 총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이야기는 자신의 내용이 점점 식상해져가는 것을 방지해야 했다. 일상日常에에 젖어드는 것과 상식을 인정하는 것을 끝없이 경계해야 했다. 일상처럼 늘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의 별이 되어 갔다. 이야기는 아침에 꽃잎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나를 인정하는 향기라고 하였다. 이야기는 내용이 종말終末로 다가가는 것을 슬퍼했다. 이야기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내가 이야기에게 내 일생을 알려줄 순서가 되었. 나는 이야기에게 내 일생은 상식과의 투쟁의 연속이었고 종말이 더 빛나는 선물이고 빛나는 희망이라고 말해주고 돌아서서는 소리없는 이슬이 되고 있었다. 저 하늘에서 항상 빛나는 별은 이세상의 가장 슬펀 함성이 압축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부산시인,2017년 여름호

 

<약력>199311월호 현대시추천, 시전문지 시와 사상발행인, 김경수내과의원 원장, 19회 봉생문화상 수상(2007), 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달리의 추 억등 다수

 

김경수 시인은 의사시인이다. 그는 부산 의사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통 있는 시전문지 시와 사상발행인을 맡아 수고하고 있다. 시집도 여러 권 역었고, 알기 쉬운 문예사조사와 현대시라는 이론서도 발간했다. 그는 1993현대시로 등단한 중견 시인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산문시이다. 그리고 일종의 메타시 즉 시론을 시로 쓴 작품이다. 달리 말하면 김경수 시인은 어떠한 태도와 방법으로 시를 창작하느냐 하는 것을 시로 쓴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경우 자칫하면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설명적이 되어 시적 형상화를 놓치기가 쉽다. 그러나 김 시인의 경우 이야기라는 비유를 통하여 그러한 우려를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시적상상력을 발휘하여 정독해야 김 시인의 시작 방법론을 알 수 있다.

이야기즉 시가 식상해지지 않는 길은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여러 군데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이 되기 위해 상상력의 촉수를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게 한다. ‘이야기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나와 이야기는 상식과의 투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동일성을 획득한다. 결국 이야기는 김경수 시인의 시적 상상력을 비유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시를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시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시가 좋은 시인가?’를 알게 할 것이다.(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