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양왕용의 시 읽기
작성일 : 2021.06.03 09:50
Oh, My 오디 /박 준 영
지문을 터치, “인증, 되었습니다”
디카로 깜빡, 암호가 물들었어
맛있지? 한입에 털어넣던 오들개
“나, 물들었어”
뽕나무엔 오디, 누에, 비단도 열렸었지 입 안이 범벅이 되었어 탐
익은 송이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 물들어 주던, 날아가 버렸어 서양
물 먹은 파마머리 누나는
빠르게 더 빠르게 감염 중이야 오늘도 감염되었어 구글로 유튜브
로 피카츄를 잡아라
“나는 어디 갔지?”
Oh, My 오디! 감염의 시작, 각진 세월, 무각이 된, 모진 세월 또
감염되었네
-≪월간문학≫2017년 2월호 발표
*박준영(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인, 방송인, 1998년 ≪한글문학≫ 등단, 시집 『도장포엔 사랑이 보인다』 『중얼 중얼, 간다』, KBS TV 본부장, KBS 미디어 사장, 대구방송 사장, 국악방송 사장 등 역임, 만화영화<코난>,<왕눈이> 등 40여 편 주제가 작사,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박 준영 시인은 시인으로보다 방송인으로 혹은 만화영화 작사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가 50대 후반을 넘어서야 시인으로 데뷔하였다. 육신의 나이도 고희를 훨씬 넘겼다. 그런데 추천작의 경우 상상력의 전개 과정이 다이나믹하고 젊다.
우선 제목부터 그렇다. 60대 이상의 시인들 가운데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뽕나무 열매 ‘오디’에 영어로 ‘Oh My’ 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마치 팝송 가사를 연상하게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첫째 연과 넷째 연에서 시적화자는 컴퓨터 앞에서나 지문 인식으로 출입할 수 있는 첨단 사무실 앞에서 지극히 디지털한 상상력을 전개한다. 그런데 둘째 연과 셋째 연에서 그는 어린 시절 입술에 검붉은 물을 드리며 맛있게 먹던 오디를 생각하고 그 시절의 다른 추억들도 단편적으로 떠 올린다. 말하자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추억들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다섯째 연에서는 현실과 과거를 통합시킨다. 뿐만 아니라 , 첨단 문명에 상실된 자아까지 지적한다.
앞으로도 지극히 아날로그한 추억과 디지털한 현실과의 교차를 통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풍자와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을 옹호하는 이러한 시를 자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