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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1.01 01:48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윤일현
인간은 파스칼의 말처럼 천사와 악마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존재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보물섬’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다시 읽어본다. 왕립협회 회원인 헨리 지킬 박사는 명망과 학식을 갖춘 저명인사다. 그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고 성실하여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었다. 그는 쾌락을 탐하는 성향 때문에 젊은 한때 방종한 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자긍심이 강해 사람들에게 근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자신이 세운 고귀한 가치관에 따라 욕망을 억누르며 살았다. 지킬은 자신의 이중 성향을 지켜보며 인간에겐 두 개의 본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는 다양한 실험 끝에 화학 약물을 만들어 마시고는 자기 인격을 두 가지로 나누는 데 성공한다. 낮에는 고상한 의사로 살지만, 밤에 약물을 복용하면 에드워드 하이드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여 비행과 범죄, 쾌락에 탐닉할 수 있었다.
지킬 박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변신을 위해 약의 양을 늘려야 했다. 그는 반복하여 하이드로 변신하면서 본성의 균형이 무너져 점차 악으로 기울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마시지 않아도 저절로 하이드로 변신하게 됐다. 지킬은 자신의 선한 모습을 지키기 위해 하이드로 변신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하이드로 변신하곤 했다. 일단 변신하면 억압됐던 본성이 더욱 광폭한 형태로 나타나 하이드는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하이드는 폭력, 살인, 강간, 도둑질 등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그는 본래의 선한 모습으로 돌아가 참회하며 착하게 살려는 노력도 했지만, 영혼은 이미 그 균형을 잃고 말았다. 약을 계속 남용했기 때문에 드디어 약의 재료가 바닥나게 됐다. 지킬은 영원히 사악한 하이드로 살 수밖에 없고, 교수형을 당할 운명에 처했음을 알고는 절망했다. 지킬은 마지막으로 남은 약기운에 의지해 유언장을 작성했다. 지킬로 돌아갈 수 있는 약이 완전히 떨어지자, 그는 청산가리를 마시고 자살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과 그것을 실험하는 것이 얼마나 교만하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고백하며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이 밤도 아닌 대낮에 ‘지킬과 하이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변신하는 장면을 무수히 목격하며 산다. 각종 비리와 범죄, 부정부패에 관련된 사람이 돌아서면 민생과 정의를 외치는 모습을 지겹도록 본다. 가장 비윤리적인 사람이 입만 열면 도덕과 윤리를 강조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데 7년이 걸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모델에 관한 일화가 흥미롭다. 그는 선하게 사는 깨끗한 모습의 젊은이를 찾아 예수의 모델로 삼았다. 다른 제자들을 다 그린 후 그는 감옥에 가서 가장 흉악하고 비열한 죄수를 찾아내 가룟 유다의 모델로 삼으려 했는데, 그가 바로 6년 전 예수의 모델로 쓴 사람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가룟 유다와 예수의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 하이드는 악행을 저지르다가도 제 모습으로 돌아올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우리가 현실에서 목격하는 인물들은 과연 양심이 있을까? 그들은 ‘개인의 치부와 영달, 패거리의 이익’이란 약만 먹으면 백주에도 후안무치하고 비열한 하이드로 변한다.
스티븐슨은 평소 인간의 이중인격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그는 본능적 충동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하이드와 같이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일탈의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자제하며 산다. 지킬 박사처럼 악의 탐닉에 길들면 시간이 흐를수록 전보다 더욱 악독해진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나의 내면에 있는 순수한 마음과 위선을 응시하게 된다. 내 속에 얼마나 추악한 생각이 가득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과 교육을 통해 자신의 나쁜 본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산다. 나쁜 본성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있는 힘을 다해 선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겉과 속이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다. 본받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아니 나 자신부터 가까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