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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32> 신규호의 하늘 찾기

작성일 : 2021.05.27 10:01

하늘 찾기  /신규호

 

숲에서 우눈 새의 울음에 몸이 젖는다

가을을 타는 벌레 소리

태고의 늪에서 들려오는 앓는 소리

 

나무들도 잔가지를 흔들며 한숨짓고

울음 속, 바람 한 줄기 가슴에 스민다

 

어둠에 뿌리박힌 육신들

어디만큼 하늘 끝이 보일까

 

험한 산행 길, 보일 듯, 말 듯

안타까움이 물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아직도 삶은 숨이 가쁘고

굴참나무 숲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하늘 자락에 가슴이 뛴다

-월간문학201610월호 발표

 

*신규호(경기도 의왕시) 시인,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문학박사(단국대), 성결대 명예교수, 1966-72현대문학등단, 시집거대한 우울,허무의 물레, 펜문학상, 1회 문덕수 문학상, 올해 최우수예술가(문학부문)(2015),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현대 시인협회 평의원

신규호 시인의 시는 그의 중후한 풍채만큼 일상적인 제재를 가지고도 일상성을 극복하는 무게가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다분히 형이상학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성결대학교에 자리 잡게 되면서 그의 작품은 형이상학적인 경지를 넘어 미국의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가 주창한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에 이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의 신앙인 기독교적 관심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궁극적관심이라는 신학적 표현을 문학비평적 표현으로 바꾸면 무의식적 기독교문학 내지 기독교시가 지향하는 객관적상관물을 통한 비유적 혹은 상징적 신앙고백인 것이다. 폴 틸리히가 크리스천 문인 그것도 신앙과 문학 사이에서 고뇌하는 개신교 문인 혹은 시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신학자인 까닭은 신앙 혹은 기독교 진리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가치 있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도문이나 간증을 시와 수필로 착각하지 않는 크리스천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학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규호 시인의 많은 작품 특히 그의 중년 이후의 시는 그 자신의 신앙고백을 객관적 상관물로 표현한 것이 많다. 그것도 상당한 상징적 해석에 의해서만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하늘 찾기는 노년의 그가 아침과 저녁으로 오르는 등산길에서 착상한 작품으로 보인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시인들은 등산길에서 생태주의 즉 자연친화적인 시를 쓴다. 이러한 시들도 물론 가치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 시인은 하늘을 찾는 것에다 등산의 궁극적 목적을 둔다. 말하자면 궁극적 관심으로서의 하늘 찾기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유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러나 그 배후의 관념을 찾는 것은 시인의 몫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다. 신 시인의 등산체험은 그가 살온 온 길이요, 그에 따른 신앙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노년의 그가 발견한 것은 마지막 연에 나타나 있다. 비록 아직 삶은 숨 가쁘지만 굴참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 자락에서 위안을 얻고, 그것에 그는 가슴이 뛰는 것이다. 그 동안 고뇌하면서 달려온 그에게 허락된 하늘은 비록 자락 하나이지만 기쁨인 것이다. 그는 이렇게 겸손하고도 소박한 신앙으로 요즈음은 간결하면서도 독자들을 은근히 감동시키는 시를 쓰고 있다.(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