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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5.24 10:45
늘 불안한 현대인
- 알랭 드 보통의 『불안』 -
/박홍배
불안하세요?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불안의 원인을 잘 모른다. 그렇게 보면 현대인들 대부분은 늘 불안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매우 밀접한 개념이 되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언뜻언뜻 스치는 감정 속에도 분명 뭔지 모를 불안이 존재한다는 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같다. 정신을 집중하여 그 원인을 찾아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제법 큰 문제들, 거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까지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불안은 현대인의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라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본다면 현대인에게 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와 지위와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게 가진다는 것은 인생 패배의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이 가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 보지만 뜻대로 잘 되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늘 불안한 것이다. 설령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지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지 지위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그 지위만이 아니라 무한한 경쟁 속에서 치열한 싸움을 통한 인생 승부의 결과로 취급되기에 더 나은 지위를 위해 늘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불안』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스물셋에 발표한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시작으로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수많은 독자를 매료했다. 철학 에세이와 픽션이 절묘하게 조합된 이 독특하고 대담한 소설들로 ‘이 시대의 스탕달’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2년에는 한국의 작가 정이현과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각각 젊은 연인들의 싱그러운 사랑과 긴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 『사랑의 기초 한 남자』와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주로 지위와 가난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안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불안은 무엇보다도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 나누는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관한 신문기사 등으로 유발된다고 보통은 말한다. 질투(불안도 이 감정과 관련이 있다)를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드러내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경솔한 행동이기 때문에 이 불안의 증상은 보통 어디에 몰두한 듯한 눈길, 부서질 것 같은 미소, 다른 사람의 성공 소식을 들은 뒤 이어지는 유난히 긴 침묵 등으로만 간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위로 인해 우리가 불안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높은 지위는 얻기도 어렵거니와 그것을 평생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지위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는 굴욕감이 생기고 이것은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가치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을 쓸쓸하게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할 처지에 놓였다는 괴로운 인식에서 나온다고 보통은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가난과 지위로 인한 불안에 대해 그 원인과 해법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독자의 불안을 나름대로 해소시켜 주고 있는 책이라 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