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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5.17 10:18 수정일 : 2021.05.17 10:23
선천적인 동성애
/박홍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과 같은 내용이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 어머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아들, 그 옆에 어머니도 원망스런 눈길로 아들을 향해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머니는 “그래, 잘못한 줄 알았으면 앞으로는 바로 살면 되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겠지?” 그러나 아들은 대답 대신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다.
아들이 지은 죄는? 안타깝게 아들은 동성애자 즉 게이이다. 동성애자로서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죄가 어머니의 죄인가? 아니면 아들의 죄인가? 매트 리들리는 확실하게 말한다. 게이의 대부분 원인이 태어난 이후가 아니라 모체의 자궁 안에 있을 때 받은 불균형한 호르몬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결핍되면 남성 동성애 경향이 증가한다고 영국, 미국, 독일 등 모든 나라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즉, 모체의 자궁 안에서 여성 호르몬에 노출된 적이 있는 남성은 여자 같은 남자이거나 게이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아이 같은 남자 아이들은 실제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나중에 게이가 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일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의 독일의 경우처럼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때 임신해서 태어난 남자는 그렇지 않은 때 태어난 남자들보다 게이가 되는 경향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테스토스테론과 동일한 물질에서 만들어지는데 아마도 코티솔이 원료 물질을 다 써 버려서 테스토스테론이 덜 만들어지는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쥐에서도 수태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 쥐에서 태어난 수컷 쥐들은 동성애 행동을 더 자주 보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게이는 이성애자에 비해 왼손잡이가 많은데, 어느 쪽 손잡이가 되는지는 발생도중에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결정되는 수가 많다는 학설이 나오기도 한다.
동성애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뇌가 발달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불을 밝혀주었다. 1960년대까지 동성애는 순전히 가정교육의 문제라고 믿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가 무자비한 프로이트식 혐오 요법으로 동성애는 변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그 원인은 호르몬 때문일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혈액에 남성 호르몬을 주사해도 게이가 이성을 더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단지 성적으로 약간 활발해질 뿐인데 그것은 성적 경향은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고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리들리는 이렇게 분석하기도 한다. 아마도 다른 남자들을 선호하게 되는 남자는 정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다르거나, 뇌가 호르몬에 반응하는 데 관계하는 유전자가 다르거나, 테스토스테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춘기 시절에 다른 학습 경험을 하였거나, 아니면 이들 가운데 몇 가지를 동시에 지닌 남자일 것이라는 것이다.
리들리는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다음과 같은 특징도 설명하고 있다. 즉 성의 상대방을 찾는 방식에서는 오히려 남성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매춘부가 대부분 여자라는 사실은 여자 매춘부에 대한 수요가 남창의 수요보다 훨씬 많다는 간단한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여자 매춘부의 존재가 남자의 성욕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면, 남성 동성애의 현상도 마찬가지로 남성의 성욕을 말해준다. 에이즈가 나타나기 전까지 남성 동성애자들끼리의 연애는 이성과 연애를 하는 남성에 비해 엄청나게 더 난잡했다. 많은 게이 바가 하룻밤 사랑의 상대를 고르는 장소로 인식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중 사우나에서는 반복되는 성교와 흥분제로 뒤범벅된 질탕한 법석이 일어났는데, 에이즈 감염에 대한 논란이 있던 초기에 이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남성 동성애자에 관한 킨제이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 중 75%가 100명 이상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졌으며, 나머지 25%는 1,000명 이상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에게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레즈비언은 낯선 사람과 성관계에 빠지는 경우가 드물어 한 번 관계가 형성되면 몇 년 동안 한눈도 팔지 않고 관계를 지속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레즈비언은 일생을 통틀어 10명 이내의 성 상대를 갖는데, 새타바버라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도널드 시먼스 교수는 이렇게 그 원인을 분석한다. 남성 동성애자가 평균적으로 남성 이성애자보다, 그리고 여성 동성애자보다 훨씬 더 많은 성 상대를 갖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성 동성애자가 남성적 경향을 실행했기 때문이거나 여성의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남성의 본능을 실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