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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금주의 순우리말>109.알기다

작성일 : 2023.12.17 02:20

<금주의 순우리말>109.알기다

/최상윤

 

1.산득하다 : 갑자기 몸에 찬 느낌이나, 마음에 놀라는 느낌을 받아 서늘하다. 또는 찬바람으로 인하여 몸에 생기는 느낌이 차다. < 선득하다. 거센-산뜩하다.

2.알기다 : 조금씩 갉아 내다. (일정한 분량이나 수효에서)부족이 생기게 하다. -축내다.

3.잔밉다 : 몹시 얄밉다.

4.첫고등 : 맨 처음의 기회. -첫대목.

5.칼메기다* : 투전 짝을 고르게 섞기 위하여 반쯤 갈라 부챗살처럼 펴서 두 쪽의 각장이 사이에 서로 끼어들게 밀어 넣다.

6.통가리 : 뜸을 엮어 땅 위에 둘러치고 그 안에 곡식 낱알을 채워 쌓는 더미.

7.포함 : 귀신의 말을 받아서 한다는 무당의 호령. ‘포함을 주다는 무당이 귀신의 말이라 하여 호령한다는 말.

8.함지방 :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된 방.

9.갈멍덕 : 갈대로 만들어 머리에 쓰는 것.

10.갈모 : 비가 올 때 갓 위에 쓴 우장.

+밴대보지 : 백보지. 밴대. 알보지. -되리.

 

 

초등학교 4학년 때 엄친을 여읜 후부터 나의 어머님(20여 년 전 명계로 떠났지만)은 곧잘 점을 치곤했다. 그리고 점바치의 권유에 따라 어머님은 일년에 한두 번 진혼귀굿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이 어렵게 마련한 가계비는 알겼고그럴수록 작두무당들이 나는 잔미웠다

그렇잖아도 작두에 올라선 무당을 본 나는 산득한데대나무를 잡은 손을 떨면서 나에게 다가와 엄친의 포함을 주었다’, <홀로 된 엄마를 잘 모시라>. 어린 나는 더욱 선득했다’.

그 뒤 중학생이 된 나는 어머니의 쌀가게나, 뒤 이어 조그만 식당의 외상장부 정리는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잡목을 수집 판매할 때도 잡목 야간 경비는 내 담당이었다. 그리고 쇠약하여 일손을 놓은 어머님은 나의 월사금 마련에 힘겨워 전전긍긍하신 어머니를 돕기 위해 나는 고2학년 때 자퇴도 하였다.

<홀로 된 엄마를 잘 모시라>는 엄친의 포함을 단 한 번 거역한 것은 중학교 입학시험 보러 나서는 나를 따라 나온 어머님이 나의 등 뒤에서 <상윤아, 오늘 시험 제발 떨어져 온네이> 하셨던 간절한 호소를 거역한 것뿐이었다.

 

모진 세월을 이겨내어 내가 직장인이 되어 드디어 어머님을 한 집에 모시게 되었다.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 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마다 안온하셨던 망백(望百)의 어머님은 음식을 종종 흘리셨다. 그래서 나는 무심코 한 이 말 <어무이요,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서 자시이소.>

 

이제 <둔석>이도 어느덧 팔질(八耋)의 중순에 접어들어 식사 때마다 음식을 흘리고 앉았으니 내 아무리 효도한답시고 여행이며, 온천장이며, 음식점이며, 내자가 직접 끓여 올린 곰탕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서 자시이소.>라고 했던 이 무지한 불효의 말은 언제쯤 내 기억에서 지워질는지. ‘함지방에라도 들어가 꼭꼭 숨고 싶구나.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