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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5.13 09:28 수정일 : 2021.05.13 09:33
산 속 종합병원 /김 현 근
남해 편백 숲
의사들은 신문광고 대신 물소리를 풀고
바람개비를 돌리고 나비를 날린다
저수지 물소리를 풀면 귓병환자들이 달려온다
미술관 바람개빌 돌리면 눈병 환자들이 달려온다
생태공원에 나비들을 풀면
호기심병 환자들이 병아리 입을 달고 몰려와 종일 숲이 소란하다
뼈마디가 약하고 근육이 무른 체질병은
등고선 높은 곳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몫이지만
몇 번 불러올리는 것이 치료법의 전부
너도 나도
바다에서 얻은 병, 들에서 얻은 병, 하늘에서 얻은 병
온갖 병 다 풀어놓아도 진료비와 약값은 무료
편백 병원, 피톤치드 링겔병만 수백만 개
아토피성 피부병도 편백 숲 병원에서는 맥을 못춘다
싱싱한 물소리로 목을 축인 새소리들과 숲길을 거닐어도
피부병은 사라진다
편백 숲에는 휴가를 반납한 50년 경력 베테랑 의사가 수천명
이 병원에 입원하려면 봄부터 예약을 서둘러야한다.
(시집 『백일홍, 꿈을 꾸다』)
*김현근(경남 남해군);2011년 공무원 문예대전 시 부문 장원(금상), 한국문인협회 시 분과 회원, 현재 남해문학회 회장, 시집『백일홍, 꿈을 꾸다』, 남해군 창선면장 및 환경녹지과장 역임
평생 남해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김현근 시인의 이 작품은 1998년 개장한 《국립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을 시적 제재로 한 작품이다. 이 편백림의 구역 면적은 227만m²로 1일 수용 인원은 305명이다. 이성계가 백일기도 후 조선을 개국하여 왕이 되었다는 명산 금산錦山(해발 681m) 동쪽 자락에 있으며 각종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주위에 남해도의 명승지가 가까이 있어 봄 개장과 동시 연중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편백나무 숲은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로 인하여 심폐기능 강화와 향균, 이뇨, 거담 효과 등의 치유 효과가 많다. 그래서 김 시인은 편백 숲을 “산 속 종합병원‘으로 비유하고 있다.
김 시인은 공무원 생활을 ’환경녹지과장‘으로 마감했다. 편백나무 숲뿐만 아니라 근처의 다른 명소 《나비생태공원》이나 《바람흔적 미술관》까지 등장시켜 편백나무 숲의 치유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극대화의 효과가 한층 실감나는 것은 등장하는 사물 모두에다가 인격을 부여하는 것 즉, 의인법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근거는 환경과 녹지에 관심이 많은 그의 공무원 생활의 만년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말하자면 시 속에서만 생태주의자가 아니고 삶의 현장에서도 생태주의자인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실천적인 생태시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바이다.(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