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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4.28 09:32
찔레꽃 당신
/전 진
숨겨 두고서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가 있다
노을빛 강변에 누워
소쩍새 울음 소리에 날이 저물고
쩍
쩍
소쩍~
내 가슴에 쩍 붙어버린 꽃잎 하나
너
저쯤에 서 있거라
너의 이름을 부르기에
오월은 너무 눈이 부시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봄은 저만치 홀로 가고
아,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로 남고 싶다
<詩評>ㅡㅡㅡ
**이 시의 특색은 찔레꽃을 2인칭으로 보는데 있다. 찔레꽃에 대한 깊은 사유가 내재되어 있는 만만찮은 시로 읽혔던 것이다.
보라.
ㅡ숨겨 두고서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가 있다
고 했다. <숨겨 두고서 부르고 싶은 이름>이 무엇이란 말인가. 숨겨두고 싶은 사전적 의미의 뜻을 넘어서서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지울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우리가 시를 쓸 때 직접적인 어투를 그냥 써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직설적이며 설명적이라는 것이다. 내공이 묻어있는 문장표현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다음,
ㅡ노을빛 강변에 누워
소쩍새 울음 소리에 날이 저문다
ㅡ쩍
쩍
소쩍~
내 가슴에 쩍 붙어버린 꽃잎 하나
를 보자. 하루가 다 가고 서편 하늘에는 노을이 깔리고 저녁 어스름이 내린다. 이때쯤 소쩍새는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도 <쩍/쩍/소쩍~ /내 가슴에 쩍 붙어버린 꽃잎 하나>라 했으니 슬프게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풍기는 애절함처럼 시인에게는
ㅡ내 가슴에 쩍 붙어버린 꽃잎 하나
즉, 지울 수 없는, 아니 지워지지 않는, 자꾸만 생각나는 찔레꽃이 상징하는 누군가가 심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 시의 극장으로 꼽히는 아주 기발한 표현으로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접목시킨 찔레꽃의 형용인데 <쩍/쩍/소쩍~ /내 가슴에 쩍 붙어버린 꽃잎 하나>가 그것이다. 놓쳐선 아니 될 구절로 읽힌다.
ㅡ너
저쯤에 서 있거라
너의 이름을 부르기에
오월은 너무 눈이 부시다
여기서 확인이 되는데, <너>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 보면 김소월의 정한(情恨)과 다름아닌 떠나간 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ㅡ너의 이름을 부르기에
오월은 너무 눈이 부시다
의 행간의 의미도 잘 보면, 너무나도 좋은 계절에 찔레꽃이 피어있는가 하면 너무나도 좋은 계절에 임을 만났고 찔레꽃이 피어 시인의 마음은 더욱 아려오는 것이리라.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란 노래 가사가 있듯이, 가까이 다가서기엔 참을 수 없을 정도 사무치는 마음이기에 시인은 또 <너 /저쯤에 서 있거라>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애써 억제하려는 공간적 의미로 설움도 깃들어 있음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ㅡ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역시,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할 줄 아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이라는 직접적인 뜻이라기 보다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 달래는>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봄은 저만치 홀로 가고
아~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로 남고 싶다
마지막에서는, 닥아가고 싶은대상은 어떤 심경일지는 모르나 시인은 찔레꽃 피는 계절인 오월만 되면 더욱 간절해지며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그런 잊혀지지 않는 대상이, 역설적으로 말하면 <너>가 아닌 시인 자신인 <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다 알 필요도 없으며 시작품에서 다 밝힐 필요도 없지만 만남의 정한을 찔레꽃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의 서정성을 가미한 존재론적 작품이라 하겠다.
시제목 <찔레꽃 당신>도 운치를 더하고 있다.
(서지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