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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4.21 10:26
#2. 율려신서. 제1권 제1편. 황종
<제민이 /가곡전수자>
율려신서 제1권 제 1편의 제목은 황종(黃鐘)입니다. 황종 편의 본문은 딱 한 문장입니다.
“장(長)은 구촌(九寸)이요 공위(空圍)는 구푼(九分)이니 적(積)은 810푼(八百一十分)이라.”
길이는 구촌(九寸)이요, 원 넓이는 9제곱푼이요, 부피는 810 세제곱푼이다.
채원정은 이 문장을 <한서>(漢書) 율력지의 곡명문(斛銘文)을 가지고 정했다고 합니다. 곡명문이 무엇인지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 번역서의 역주에도 언급이 없습니다. 아마 한서 율력지에 이 문장이 나오는데 그것을 율려신서에 인용했다는 뜻인 듯 합니다.
위의 문장은 황종 율관의 규격에 대해서 서술합니다. 대나무 관을 불면 소리가 납니다. 관이 길수록 낮은 소리가,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관이 넓을수록 낮은 소리가, 좁을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황종 율관을 불면 서양음악에서 C음이 생깁니다. 그러니 황종관은 C음을 소리내는 조율 피리와 같은 것입니다.
장(長)은 길이이고, 적(積)은 부피입니다. 황종 율관의 길이는 9촌 즉 90푼이며, 부피는 810 세제곱 푼(
)입니다. 이것은 의미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공위(空圍)가 무엇일까요? 두 가지 해석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공위를 원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위’(圍)는 둘레이니, 공위를 원의 둘레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원통을 가로로 자르면 단면은 원입니다. 공위를 원주로 읽으면, “공위(空圍)는 구푼(九分)”이라는 구절은 원통의 단면인 원의 둘레가 9푼이라는 의미입니다.
고대에는 원에서 원주와 지름의 비율을 3:1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현대 수학에서 원주와 지름의 비율 즉 원주율
는 약 3.14입니다. 고대에는 원주율을 3이라고 보았으니 원주나 원 넓이를 계산할 때 현대 수학과 수치가 약간 차이가 납니다.
원전술(圓田術)은 원형으로 되어 있는 밭의 면적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원 넓이를 구하는 것입니다. 현대 수학에서 원 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입니다. 그런데 고대의 원전술은 지름 x 지름x (3/4)입니다. 반지름을 r 이라고 놓으면 지름은 2r입니다. 그러니 지름 곱하기 지름은 4
입니다. 4
에 (3/4)를 곱하면 3
입니다.
를 3.14로 놓으면 현대 수학에서 원 넓이는 (3.14)
입니다. 고대 수학에서 원주율을 3.14가 아니라 3으로 보았으니 원 넓이 계산에도 그만큼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원전술로 원주가 9푼인 원의 넓이를 계산하려면 먼저 지름을 구해야 합니다. 원주는 지름의 3배이니 지름은 3푼입니다. 원 넓이는 3x3x(3/4) 해서 6.75제곱푼(
)입니다. 길이가 9촌 즉 90푼인 원통의 용적을 구하려면, 원통 단면 넓이 6.75제곱푼(
)에 원통의 길이 90푼을 곱하면 됩니다. 6.75제곱푼 x 90푼 =607.5 세제곱푼 (
)입니다. 원주율을 3.14로 놓고 계산하면 원통의 부피는 577.8 세제곱푼(
)입니다. 그런데 위 문장에는 황종관의 용적이 810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수치가 맞지 않습니다. 공위를 원주로 이해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공위에 대한 다른 해석은 공위를 원통의 단면인 원의 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본문 아래 채원정의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그중 작은 글씨로 쓰인 세주를 보면 채원정은 공위를 원주가 아니라 원의 면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자 이후영은 원문 “공위(空圍)는 구푼(九分)이니”를 “원 넓이는 9제곱푼이요”라고 바르게 옮깁니다.
공위는 원통의 단면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럼 계산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황종율관은 대나무 원통입니다. 원통의 부피 = 원통 길이 90푼 x 원통 단면 원 넓이 9제곱푼(9
)하여 810 세제곱푼(
)입니다. 이 본문 아래에 채원정의 주석이 나옵니다.
“내가 생각해보니, 하늘과 땅의 수는 1에서 시작하고 10에서 끝이 난다. 1에서 10까지 수 중, 1,3,5,7,9는 양이 되니 9가 가장 양이 성숙한 수이고, 2,4,6,8,10은 음이 되니 10은 가장 음이 성숙한 수이다.”
<주역>의 계사편에서 수를 하늘의 수와 땅의 수로 나눕니다. “1은 하늘의 수, 2는 땅의 수, 3은 하늘의 수, 4는 땅의 수, 5는 하늘의 수, 6은 땅의 수, 7은 하늘의 수, 8은 땅의 수, 9는 하늘의 수, 10은 땅의 수이다.” 홀수는 하늘의 수 즉 천수이며, 짝수는 땅의 수 즉 지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반대로 될 수는 없을까요? 짝수가 천수이며, 홀수가 지수라고는 할 수가 없을까요? 아마 고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의 채원정의 주석을 보면, 홀수는 하늘의 수이며, 양의 수이며, 짝수는 땅의 수이며 음의 수입니다. 고대인은 홀수를 양수라고 보고, 짝수를 음수이라고 봅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고대인에게는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나 봅니다. 아마 남자는 강하니 홀로 있을수 있고, 그래서 홀수이고, 여자는 약하니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하니 짝수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홀수가 양수이고 짝수가 음수라면, 홀수는 하늘의 수이며 짝수는 땅의 수입니다. 하늘은 태양이 비치니 양이고, 땅은 생명을 낳으니 음인 것입니다.
천지의 수가 1에서 시작하고 10에서 끝난다는 구절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1은 10 + 1이며, 27은 10+ 10 +7입니다. 아무리 큰 수라도 1에서 10까지 수를 더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는 1에서 시작하고 10에서 끝난다고 한 것입니다. 이 중 9는 양에서 가장 크므로 양이 가장 성숙한 수입니다. 다음에는 이런 취지의 문장이 전개됩니다.
황종에서 양의 소리가 시작하니, 양의 기운이 일어난다. 수 9는 황종의 9촌에도 나오고 9제곱푼에도 나오므로, 소리 기운의 근원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9와 소리 기운은 황종관의 모양에서는 보이지는 않는다. 9와 소리의 기운은 대나무 관을 잘라 불어보고 소리가 조화로울 때 나타난다.
수 9는 황종관의 길이에도 단면적에도 나옵니다. 9는 양기가 가장 성숙한 수이므로 황종관도 그렇습니다. 이 성숙한 소리의 기운은 대나무를 잘라 황종관을 만들어 불 때 나타납니다.
그 다음 문장은 중요하므로 인용합니다.
“길이를 재어 9촌을 얻고, 원통 단면적[空圍]을 살펴 9제곱푼을 얻고, 길이 9촌과 원통단면적 9제곱푼을 누적하여 810세제곱푼을 얻는다. --- 이것이 모든 율의 근본이며, 모든 척도는 이것을 기준으로 만들며, 11율은 황종으로부터 삼분손익을 통하여 얻는다.”
황종관은 길이 9촌, 원통 단면적 9제곱푼, 원통의 부피는 810세제곱푼입니다. 이런 규격의 황종관을 삼분손익하여 나머지 11개의 율관을 만듭니다. 율관은 황종을 포함하여 모두 12개입니다. 삼분손익은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합한 말입니다. 황종 이외의 11율관은 황종으로부터 삼분손일과 삼분익일 과정을 거쳐 생성됩니다. 이것은 다음 시간에 살펴볼 주제입니다.
이 시간에는 율려신서 제 1권 제 1편 황종을 읽고 설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