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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4.20 12:05
尋牛圖
/박명호
1.
형이 울면서 집에 왔다.
앞산에 소 먹이러 갔던 형이 소를 잃어버리고 울면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동네 사람들은 편을 갈라 소를 찾아 나섰다.
어린 나도 어른들 틈에 끼었다.
캄캄한 밤 산길은 처음이었다.
무서움과 호기심이 반반 섞여 있었다.
좁은 산길 탓으로 사람들은 외줄로 걸었다.
등성이를 돌아설 때마다 여나뭇의 대열이 실루엣으로 보이곤 했는데
무서움에 떨던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비록 얼굴이 없고 빛깔도 없었지만 믿음직한 이웃 어른들의 실루엣이었다.
그 모습은 그 뒤 내가 곤궁해질 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수호신과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2.
소 팔러 가던 날
아버지는 무엇이 아쉬운지 자꾸만 소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장에서 소를 팔고 온 아버지는 벌겋게 술에 취해 있었다.
다음날 새벽 바깥이 소란했다.
벌떡 일어나 밖을 나갔다.
비어 있어야 할 외양간에 어제 판 소가 떡 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는 고삐를 물어뜯고 팔려간 집 외양간을 탈출한 다음,
사십 리 낯선 밤길을 달려온 것이다.
여기저기 긁히고 찢어지고 모습이 엉망인 채로 달려온 것이다.
“쇠야! 이눔에 쇠야...”
아버지는 이름도 없는 소 목덜미를 끌어안고
‘쇠야, 쇠야’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3.
소가 들어온다.
기다랗고 아주 우아한 소가
느릿느릿 여유 있게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좁은 골목을 돌아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을 기역자로 꺾으며
소가 들어온다.
아랫배를 봐요!
어떤 아이가 소리친다.
그 소는 캥거루처럼 예쁜 새끼를 품고 있다.
하늘에도 예쁜 구름이 걸려 있다.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는지
소가 내게로 다가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