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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대가야제국의 부활 (13) 제3부 하지왕과 가야제국(1)

작성일 : 2021.04.12 10:52

3부 하지왕과 가야제국(1)

김하기

 

수경은 박지를 만나고 난 후 하지왕을 찾아 박지야말로 가야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며 궁중에서 내쳐야 할 자임을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

하지왕이 수경에게 말했다.

어마마마, 그래도 박지 집사는 협상으로 나라를 되찾은 일등공신이 아니오? 그를 내치면 백성들이 뭐라 하겠소? 박지 집사는 광개토왕이 포로로 준 목라근자를 볼모로 잡고 협상을 했습니다.”

그건 맞는 말입니다만, 지금은 박지 집사가 공을 독차지하면서 죄 없는 자들도 숙청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을 속속들이 심어 패거리 정치를 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있습니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간인 박지를 찍어내야 합니다.”

수경은 박지 집사를 숙청해야 한다고 하지왕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수경이 대비로서 대가야의 국격을 회복하고 단절된 대외관계를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노회한 박지는 인사에 눈을 돌려 자신의 세력만을 확장하고 있었다.

하지왕이 수경에게 말했다.

어마마마, 박지 집사는 백성의 신망을 받고 있는데다 고구려가 그의 뒷배를 봐주고 있어 함부로 찍어낼 수 없습니다. 조정의 국무는 박지 집사가 하고 국방은 후누 장군이 맡고, 어마마마가 대비로서 보필해 주는 현재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까?”

만약 제가 대비로서 보필하는 자라고 생각하신다면 박지 집사를 내치소서. 박지 집사는 정치를 사사로운 물건으로 만들어 개인적 치부를 하고 매관매직을 일삼는 자입니다. 더욱이 과거에 왕과 저를 죽이려던 음흉한 자입니다. 그는 장차 조정의 큰 우환거리가 될 것입니다.”

왕은 매일 끈질기게 요청하는 수경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하긴 수경은 꺽감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 내어준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알겠소. 일단 어마마마께서 박지 개인적 부정부패에 대해 조사를 해주시오. 다만 그 전에 박지집사 집에서 나가는 수레들이 있을 것이니 꼭 잡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수경은 비로소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박지를 내쳐야만 권력을 독점할 수 있고, 남편인 후누도 조정과 국방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과거 자신을 농락해 육체적 관계를 맺었던 늙은 박지와 매일 조정에서 부딪치는 게 여간만 부담스럽고 거리껴 지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하지왕은 박지 집사집에서 나가는 수레를 잡으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한편 자신을 내치려는 수경의 움직임을 눈치 챈 박지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박지는 섭정을 하고 있는 수경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고 왕으로부터 수경을 떼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먼저 박지는 먹을 갈아 고구려 장화황후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는 글을 적었다.

 

장화황후님

제번하옵고,

수경과 수경은 과거 아이를 바꿔치기 한 일을 황후마마에게 알렸다고 해서 아직도 저에게 커다란 악감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황후마마에게 올린 상소 건을 빌미로 친고구려파의 수장인 저를 역적으로 몰아죽이고 다시 백제의 수하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야의 백관과 백성들은 나라를 찾는데 광개토대왕께 가장 큰 은혜를 입었으면서도 고구려와 신라는 개 취급하고 왜와 백제는 상전국으로 떠받듭니다. 저는 지금의 하지왕과 수경 섭정 치하보다 차라리 옛날 고구려 고상지 고숭 도독의 시절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황후마마께서 하루빨리 고구려 차사를 대가야로 보내어 과거 황후마마에게 올린 상소 건을 거론하는 자를 역적으로 처벌토록 하여 주십시오. 고구려 차사에 이 나라의 사직의 존망이 달려 있습니다.

노객 박지는 황후마마께 철정 삼천 개와 말 삼십 필을 보내며, 특별히 황후마마에 어울리는 극 세공한 황금 봉잠과 가야곡옥, 상아 목걸이 한 꿰짝을 올립니다.

대가야 박지 집사 배상

 

박지는 고구려 장화왕후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글을 써놓고도 자신을 겨냥한 수경의 사정이 두려웠다. 박지는 기강을 숙정하고 인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과 뇌물을 잔뜩 거둬들였다. 그는 물품들을 가득 채운 광으로 갔다. 어둑신한 광에는 쌀과 철정이 산더미처럼 쟁여져 있었고, 옆방에는 융단, 비단, 유향, 호추, 황금, 은자, , 자기, 종이, , 서각(물소뿔), 상아, 각종 희귀한 무구류 등이 쌓여져 있었다. 열두 가야와 중국, 고구려, 백제, 신라와 왜에서 들어온 물품들이었다. 박지는 밤도와 광의 뇌물들을 수레에 실어 멀리 비화가야(창녕)에 있는 처가 쪽 창고로 모두 옮겼다.

마지막 수레가 빠져 나간 뒤에야 수경이 박지의 집에 도착했다.

이게 뉘신가요? 대비마마께서 어쩐 일로 누추한 제 집에 납시었소?”

수경이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집사, 이것은 어인이 찍힌 왕의 사정 명령서요. 부정하게 뇌물을 받고 백성을 착취해 긁어모은 뇌물을 모조리 압수하라는 어명이오.”

어허, 난 백이숙제처럼 청백하지는 않지만 더러운 뇌물을 먹은 적은 천만 없소이다. 한 푼이라도 먹은 적이 있으면 내가 회천강에 몸을 던지겠소.”

말이 필요 없소.”

수경이 광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광은 말끔히 비워져 있었다. 저택을 샅샅이 뒤졌으나 휑뎅그래한 방에는 고급스런 가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박지가 수경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수경부인, 옛날 저 광에서 상아목걸이를 고르던 당신의 모습이 기억나는군. 그 목걸이를 한 채 나와 교접했고, 고상지와도 했지. 그걸 왕이든 후누 장군이든 누가 알면 과연 좋아할까?”

수경이 박지에게 말했다.

집사의 목숨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고양이보다 많다는 건 인정하겠어요. 헌데 전에처럼 장화황후에게 서신과 뇌물을 보내 조정을 치려고 하는 행위는 반역행위예요. 우리는 벌써 장화황후에게 올라가는 서신과 뇌물 수레를 모조리 압수했습니다.”

수경의 말에 박지의 염소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불안하고 비관적인 몽상이 머릿속에 검은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 하지만 보시다시피 당신이 찾고 있는 부정부패의 뇌물은 하나도 없소이다. 무엇이 문제란 말이오?”

비화가야의 처가로 숨긴 뇌물도 우리 사정부원들이 이미 모두 압수했습니다, 박지 집사. 지금 칼자루를 잡고 있는 자는 당신이 아니라 나입니다.”

수경은 지혜로운 하지왕의 말대로 고구려와 비화가야로 가는 박지집사의 뇌물을 실은 수레를 모두 압수해놓은 것이다. 특히 고구려로 가는 서신과 뇌물수레를 압수한 것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음흉한 박지는 고구려란 지렛대를 이용해 수경과 왕실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만약 서신과 뇌물이 장화황후에 도착하게 되면 또 한 차례 반고구려파에 대한 피의 숙청이 일어날 것이고, 장화황후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하지왕과 대가야 독립파인 남편 후누와 수경이 잇달아 화를 입을 것이다.

하지왕의 예측에 따라 고구려로 가는 수레를 불심검문해 잡기를 참 잘했다.’

이것으로 박지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수경은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죽을 박지가 아니었다. 박지 또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비마마, 이왕 우리 집에 온 것 옛정을 생각해서 술이나 한 잔 들고 가시구려.”

그야 어렵지 않지요.”
박지는 소매 안에 작은 약첩을 감추고 있었다. 보름달이 둥두렷이 떠 밤이 훤하게 밝았고 가야천에서 내린 물이 달빛에 반짝였다.

박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오늘 밤 달맞이꽃이 활짝 피었소이다.”

교교한 달빛이 꽃숭어리를 벌어지게 했죠.”

수경은 전과는 달리 매서운 눈초리를 거두고 미소를 지었다.

수경은 갑자기 권력이 떨어진 박지가 가여워져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이리로 오시오.”

뭘 그리 급하세요.”

박지는 중국에서 온 최고급 오량액주를 내놓으며 소매에서 미약을 꺼내 수경의 술잔에 탔다. 박지가 탄 미약은 원지, 사상자, 토사자, 부자, 아편, 대마, 음양곽을 달인 액으로, 먹는 순간 근이 흥분되고 마음이 혼미해 삿된 환영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침내 정신을 잃게 된다. 침실은 향나무로 만든 고급 침대가 갖춰져 있는데다 가야천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수경이 잔을 들고 말했다.

이 밤에 대가야로 다시 돌아오고 있을 집사어른의 황금수레를 위하여, 건배!”

건배!”

수경은 미약을 탄 잔을 받아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수경이 최음제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다. 궁실 약전원에서 제조한 이 미약은 복용하면 성기능의 과부하로 인해 불안, 경련, 환각이 발생하고 팔다리가 마비되어, 마지막에는 호흡장애를 일으켜 의식을 잃게 되는 강력 최음제였다. 수경이 침실에서 옷고름을 풀자 옷이 스르르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수경의 허연 엉덩이가 달빛에 반짝였다. 박지는 뒤에서 허연 허벅지와 엉덩이골을 보고 맹수와 같은 맹렬한 성욕이 솟구쳤다. 하지만 늙은 그는 아랫도리가 마음먹은 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골붉은 근을 이입해야 할 텐데 수경이 앓는 소리를 내어도 흐물흐물한 근으로 하릴없이 엉덩이에 대어보기만 했다.

수경이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를 베개에 묻은 채 박지에게 말했다.

집사는 칭송이 자자한 현모양처가 있는 데도 왜 나에게 그리도 집착하세요?”

박지의 아내는 고구려의 귀족 가문인 해씨 성을 가진 자로 소수림왕 이후 가문이 기울어져 남으로 내려와 성산가야(경북 성주)에 살다가 박지를 만나 결혼했다. 해씨부인은 용모가 단정하고 교양이 높은 데다 딸들은 음전하게 잘 양육했다. 하지만 건달 같은 막내아들 구야는 어미의 가슴에 대못이 되었다.

박지는 뒤에서 계면쩍게 움직이며 말했다.

수경부인, 가계야치(家鷄野雉)라는 말을 아오?”

금시초문이군요.”

집에서 키우는 닭보다 들에 있는 꿩을 탐낸다는 뜻이오. 남자들이란 본처보다 첩과 기를 더 찾는 법이라오.”

남자라는 두꺼운 갑옷 밑으로 숨지 마세요. 내 남편은 오직 나밖에 모른단 말이에요.”

수경은 오로지 자기만 바라보는 우직한 후누 장군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대는 열두 가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오. 게다가 사람 잡을 색기가 줄줄 흘러내리지. 그대나 나나 같은 한 지아비 지어미로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지.”

난 그래도 젊지만, 그대는 지금 이 나이에 언감생심 무엇을 탐내는 것이오? 불쌍한 늙은이.”

박지는 몇 차례 교접을 시도했으나 모두 처량하고 수치스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박지의 근은 물론 정신마저 흐물흐물해져 버렸다.

하지만 박지는 그렇게 인생을 끝내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늘 그래왔듯 재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쌍한 늙은이라고? 수경부인, 나를 그렇게 만만하게 봤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에겐 아직 31계 미인계의 변형이 남아 있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이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 수경은 후누 장군과 오래 전부터 별거를 하고 있으며 몸이 뜨거운 여자라는 걸 박지는 잘 알고 있었다. 웬만하면 자신이 직접 상대하겠지만 자신은 체력적으로 고갈되어 버겁고 이제 나이가 많아 격이 맞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수경은 말이 대비이지 아직도 몸이 뜨거운 서른의 젊은 여인이었다. 박지는 자신의 세작을 풀어 가야, 고구려, 신라까지 신체 건장하고 잘 생기고 구변이 좋은 장정을 찾도록 해 결국 신라에서 근대라는 한 남자를 물색해 데려왔다. 박지는 근대를 보고 쾌재의 박수를 쳤다. 수경에게 이보다 적절한 맞춤형 남자는 없어보였던 것이다.

미약을 먹은 수경의 눈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늙은 박지 대신 잘 생기고 근육이 발달한 키 큰 젊은 역사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과 각진 턱, 두꺼운 가슴근육과 길고도 두터운 허벅지, 큰손과 왕발. 무엇보다도 산처럼 크게 이립한 대근과 왕방울만한 부랄, 탄탄한 허벅지와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 이게 뭐지? 박지가 역사로 변신을 한 것일까?’

그의 알몸에서 도발적인 냄새의 체향이 풍기고 있었다.

역사는 침대에서 수경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도 덩달아 뱀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수경이 팔로 우뚝 서 있는 역사의 목을 감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교합했다. 역사가 수경의 암팡진 엉덩이를 잡고 들썩이자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수경이 몽환 속에 교합한 사람은 근대라는 사람이었다. 근대는 원래 신라인이었는데 고구려에서 떠돌던 장사꾼을 박지의 세작이 대가야로 데려왔다.

근대는 신라 우시산국의 천민 출생으로 진흙 인형인 토우를 만들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그가 진흙으로 빚은 토우는 음란한 것으로 여성의 특징인 유방과 엉덩이, 허리를 과장한 나체상이나 거대 성기를 가진 남성상, 남녀교합상 등인데, 장난감이나 장식용, 주술용, 혹은 무덤의 껴묻거리로 사용되었다.

근대는 저잣거리에서 토우를 진열해놓고 팔았는데 토우가 잘 팔리지 않자 스스로 토우의 음란한 동작을 춤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내 토우의 모습을 춤으로 개발했다. 저잣거리 사람들 앞에서 토우를 흉내 내는 음란한 춤을 추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토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실제로 그의 성기는 토우의 과장된 그것만큼이 크고 단단했다. 그는 밤에 열리는 꽃불 축제나, 어둑신한 저잣거리에 나가서는 자기의 성기를 슬쩍 꺼내 음란한 묘기를 보이면 더 큰 돈벌이가 되었고, 그것으로 여자들과 시정잡배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근대가 신라 왕실 여인들의 눈에 띄게 된 것은 계림 달밤에 꽃불 축제에서였다. 꽃불 축제에는 남녀가 모여 화등을 켜고 무무와 화관무를 추면서 서로를 유혹했다. 근대는 이 꽃불 축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남자였다. 그는 토우와 토우춤, 자신의 양물을 무기로 금성의 화류계 뿐만 아니라 궁중의 여인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근대는 신라 왕실의 여성과 몸을 섞다가 형리에게 들켜 처형 직전에 모은 전 재산을 뇌물을 주고 간신히 풀려났다. 그리고 신라를 떠나 고구려로 간 그는 평양의 서궁 앞에서 토우 장사를 했다. 박지의 세작은 평양에서 한 토우장사꾼이 도드리 장단에 맞춰 거대한 성기를 슬쩍 내비치며 추는 춤사위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박지 집사가 간절히 원하던 물건을 찾아낸 것이다.

수경은 박지가 놓은 미약의 덫에 걸려 극락과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근대는 박지로부터 인수받은 수경의 알몸을 마음껏 농락했다. 근대의 대근이 옥문을 드나들 때마다 아궁이에서 풀무질한 쇠몽둥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거구의 근대는 수경의 아담한 엉덩이에 마근과 같은 거대한 양물을 이입시켰다. 고통과 희열로 수경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근대는 먹잇감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철썩철썩 떡메로 떡판을 내리쳐 그녀를 떡실신시켰다. 근대는 마지막으로 파정하면서 그녀의 맑은 우물에 탁한 물을 세차게 쏟아 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 이건 현실이 아니고 몸환이야. ,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일 거야.’

문이 열리며 박지가 차를 들고 와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해독에 좋은 복숭아차요.”

“......”

우리는 둘 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독사요. 독사는 독사끼리 깨물어도 죽지 않소. 왜냐하면 그 독이 바로 해독제이기 때문이오.”

“......”

수경부인, 죽이려 하지 말고 서로의 약점에 발을 얹고 삽시다.”

수경의 호수 같은 눈에 기쁨의 눈물인지 고통의 눈물인지 눈물이 가득 고였다. 박지가 수경을 일으켜 앉히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뺨을 적시고 가슴을 적셨다.

수경은 박지가 먹여주는 복숭아차를 마신 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박지에게 말했다.

집사댁의 사정은 이로써 끝났어요. 집사님은 아무런 부정부패가 없었습니다.”

박지도 이에 화답했다.

고맙소. 이제 한 사람이 궁중의 내시로 들어갈 것입니다.”

 

박지는 근대의 수염과 터럭을 뽑고 내시로 속여 대비궁 안으로 들여보냈다.

박지가 수경에게 근대를 정식으로 소개하며 말했다.

이 놈은 원래 신라인인데 궁중의 왕녀를 건드려 궁형을 받은 자입니다. 헌데 신라의 궁형 기술이 형편없다는 건 알려져 있습죠. 곁에 두시면 꽤나 쓸모 있는 놈입니다.”

대비 수경과 열 살 아래인 근대는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경은 궁중에서는 근엄을 떨며 근대를 외면했다. 수경은 고구려에서도 색을 밝히기보다 귀족 여인의 단아한 용모와 품위, 인품과 교양으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대비궁에서 홀몸으로 벌써 수년 째를 지낸 지금 근대라는 젊고 건장한 내시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리고 박지 집에서의 기이한 몽환적 경험이 떠오를 때면 몸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졌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수경이 악몽을 꾸며 두려움에 떨자 근대는 이를 기화를 침전으로 들어가 밤새 대비를 달래며 대비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회한 박지의 변형된 미인계가 제대로 먹힌 순간이었다.

수경과 근대가 만난 그날 밤은 비가 억수처럼 내렸다. 마치 어두운 하늘과 어둑신한 땅이 맞붙어 맷돌질을 하는 듯 빗소리가 요란했다. 천둥과 번개에 우마가 놀라 뛰고 떨어지는 벼락에 산과 궁궐이 흔들렸다. 수경은 대비전에서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장대비가 내리고 징그러운 개구리 두꺼비 구렁이들이 어라궁으로 몰려와 수경을 쫓아왔다. 그녀는 대비전 침실로 도망을 갔는데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그녀를 따라 들어와 몸을 친친 감아 조였다.

으으으......’

가위에 눌린 그녀는 옴쭉달싹을 하지 못한 채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대비전 주위를 서성거리던 근대는 대비의 신음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침전으로 들어갔다. 가위에 눌려 마비가 되고 호흡이 곤란한 그녀의 몸을 근대가 팔, 다리, 가슴을 주물러 풀어주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수경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근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근대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며 말했다.

내시, 이게 무슨 짓인가!”

대비마마께서 지독한 악몽을 꾸시며 소리를 질러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감히 나의 몸을 떡 반죽 주무르듯 하다니!”

가위에 눌려 마비가 된 몸은 당장 풀지 않으면 위험해서 소인이 실례를 무릅쓰고 응급처치를 한 것입니다.”

고맙긴 하네. 하지만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한 처벌은 면치 못할 것이야.”

각오는 하고 침전에 들어왔습니다.”

헌데 그녀의 눈에 근대의 아랫도리가 거대한 산처럼 불룩하게 솟아올라와 있는 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고의에 커다란 표주박을 세워 넣은 듯 불룩했다. 그녀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아직도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대체 뭔가?”

가운데 불룩한 것은 근대가 수경의 몽실한 가슴을 주무르면서 고의 안에 있는 대근이 벌떡 살아난 것이다.

민망하여 차마 말씀을......”

근대는 말을 멈추고 일어서더니 고의를 훌렁 벗어 던졌다.

수경은 갑자기 눈앞에 크게 이립한 마근과 같은 양물과 왕방울만한 고환이 나타나 덜렁거리는 것을 보고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본 구렁이만큼이나 징그러운 물건을 보고 입을 벌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소리가 나오기 직전 근대가 손으로 수경의 입을 틀어막았다. 근대는 마치 거대한 검독수리가 쏜살같이 흰 토끼를 덮치듯 수경을 덮쳤다.

, 안 돼!’

수경은 몸을 웅크린 채 여린 신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근대는 분출하는 욕정을 이기지 못 하고 억센 손과 거친 혀로 수경의 알몸을 다뤘다.

근대는 박지가 자신을 궁형을 가하지 않고 대비전의 내시로 넣은 뜻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정잡배인 근대는 수경의 위엄과 명성에 눌려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현재 대가야 하지왕의 섭정으로 살아 있는 권력인 것이다.

박지는 자신 없어 하는 근대에게 말했다.

내가 네 놈을 발탁한 이유를 아는가?”

제 물건이 크기 때문이 아닙니까?”

아니다. 그 정도 물건은 너 말고도 더러 있다.”

그럼 제가 젊고 잘 생겼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니다. 네 정도의 나이와 용모는 우리 대가야에서도 차고 넘친다.”

그럼 무엇 때문에 고구려까지 사람을 보내 저를 이곳에 데려왔습니까?”

네 놈이 천박한 시정잡배임에도 불구하고 신라 왕녀를 건드릴 만큼 대담했기 때문이다.”

“......”

기회를 봐서 수경을 손아귀에 넣어라. 수경은 대비마마가 아니라 남자를 그리워하는 일개 여자에 불과하다. 침실 밖에서는 극한 공대와 존중으로 대하되 침실 안에서는 유곽에서 몸을 파는 여인처럼 다루어라, 알겠느냐?”

“.......”

그리고 내게는?”

오로지 충성입니다.”

나는 언제든지 너를 까발려 궁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대는 대가야의 박지 집사가 교활하고 노회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서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수경의 알몸 앞에서 그동안 내시로서 억제한 성욕과 절제한 동작이 대비의 침실에서 통제를 잃어버리자 엄청난 파괴력으로 나타났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작은 갯바위 같이 앙증맞은 그녀의 엉덩이 뒤를 들이쳤다. 뒤에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수경은 모든 감각이 정지되고 호흡이 멎는 듯했다.

으음.”

수경은 혀를 사려 물고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 돌아보았다. 근대는 수경의 눈을 감당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근대는 대비 수경과 방사를 치르면서 극도의 긴장과 쾌감, 두려움과 황홀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수경은 그동안 사내들의 품속에서 진정한 교합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수경은 근대의 품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난 왜 이 남자의 품속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과거 장군과 집사와 태왕과 도독들은 그저 권위와 권력의 힘으로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수경을 사랑했다기보다 태풍처럼 다가와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가버렸다. 태왕은 생살여탈권을 쥐고 수경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 대가를 복종으로 거둬들이며 즐기는 자였다. 그러나 근대는 내시이긴 하지만 해바라기처럼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다. 준수한 얼굴과 건장한 체격, 탄탄한 복근과 길고 매끈한 다리, 잘생긴 엉덩이와 크고 단단한 양물. 단지 미천한 출신이라 점 외에는 오히려 집사와 장군과 대왕들보다 뛰어난 것이다.

그녀는 근대의 품속에서 생각했다.

남자의 알몸과 양물에 무슨 상하귀천이 있고, 골품이 있겠는가. 어차피 이 남자를 겪었으니 가까이 두고 지낼 수밖에 없겠구나.’

수경이 근대에게 말했다.

멋있게 생겼어.”

무엇이 멋있다는 겁니까?”

그녀는 근대의 양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것이.”

손이 비단처럼 부드럽습니다.”

그녀가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근이 더욱 크고 탱탱해졌다.

넌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넌 이것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겠니?”

이미 각오는 하고 들어왔습니다.”

넌 나를 유곽의 유녀 다루듯 한다면 죽을 것이야. 이제부터 무엇이든 내 명령에만 따라야 해. 그럼 이것 위에 함 올라가 볼까.”

근대는 그녀 앞에서 어떠한 거역도 할 수 없는 심리적 무방비, 복종 상태에서 거대한 양물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과 결합한 근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근대는 섭정 대비의 동거남이 되어 모든 정보를 박지에게 전달하는 궁내 세작 역할을 했다. 박지가 수경의 반부패 사정에 대비할 수 있었던 것도 근대가 정보를 박지에게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대가야는 꺽감 하지왕과 어머니 수경의 섭정으로 뇌질왕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왕은 어머니 수경의 섭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꺽감은 여전히 배움에 목마르고 마음이 답답했다. 고구려에 질자로 있을 때에는 경당에서는 박사들 밑에서 경학과 역사를 배우고 수재들인 학생들과 학문을 논하며 무예를 익혔다. 그의 가장 큰 스승은 때때로 질자들에게 제왕학을 가르쳤던 광개토대왕이었다. 태왕은 질자들을 불러 국가를 경영할 철학을 자신의 경험과 예화를 통해 쉽게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가야에 돌아와 보니 무는 있되 문은 없었다. 경당과 같은 학문기관도, 제왕학을 가르치는 경연도 없었다. 배움에 목말랐던 그는 의부이자 대가야 회복의 건국공신인 군신지 후누 장군에게 가르침에 탁월한 스승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후누 장군은 하지왕에게 젊은 학자를 데려와 소개했다.

이 분의 이름은 우사로 금관가야의 태사로 있던 분입니다.”

하지왕이 우사를 보니 눈빛이 당당하고 약간 마른 얼굴과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전형적인 서생의 모습이었다.

금관가야의 태사면 가야의 역사를 쓰고 사고를 관리하는 분이시군요.”

우사가 하지왕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이번 전쟁으로 금관성이 폐허가 되자 외가인 대가야에 의탁하고 있습니다.”

하지왕이 우사에게 물었다.

나도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헌데 대체 역사란 무엇입니까?”

사기를 쓴 사마천은 역사란 구천인지제, 통고금지변, 술왕사지래자(究天人之際, 通古今之變, 述往事知來者)’라고 하였습니다.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통찰하며, 지난 일을 기술해 다가올 일을 안다는 뜻입니다.”

, 좋은 말이오. 헌데 태사께서는 무엇이라 하오?”

전 역사란 한 터럭의 거짓도 없는 사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런 역사의 기록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하겠소?”

말씀대로 드뭅니다. 승자가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한 역사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거짓 역사를 바로잡으려 한 까닭에 핍박도 많이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우사는 역사에는 어떤 거짓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천재 소장학자였다. 그 때문에 금관가야의 역사를 미화하는 기존의 나이든 사관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특히 이번 여가 전쟁에서 금관가야가 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신라의 금성을 점령한 것을 내세워 전쟁의 승리로 기록하려는 사관들에게 환멸을 느꼈다. 그런 환멸도 금관가야를 떠나 대가야로 온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왕이 우사에게 큰 절을 하며 말했다.

저는 나이가 어려 어리석고 판단도 아둔하니 앞으로 저의 스승이 되셔서 바른 길을 밝혀 주십시오.”

하지왕의 절을 받은 우사는 황급히 맞절을 하며 말했다.

황송하옵니다. 왕사의 자리를 주시니 광영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왕께서 저와 여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행을?”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지리를 익혀 역사의 변화를 통찰할 것입니다.”

좋소. 어차피 국사를 결재하는 관인은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시니까 난 상관없소.”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금관가야로 떠날 준비를 하십시오.”

그동안 왕궁이 새장 같았는데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겠군.”

왕과 우사는 방물장수 차림으로 변복을 하고 여장을 꾸려 말을 타고 어라궁을 떠났다. 뒤에는 변복을 한 호위무사 모추가 따르고 있었다. 후누 장군의 호위무사를 하고 있는 젊은이로 과묵하며 힘이 좋고 무예가 탁월한 자였다.

하지는 성과 저자와 민가를 벗어나 오솔길을 들어서니 산과 초원의 신선한 공기가 폐를 씻어내는 듯하였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산들은 청신했다. 따뜻한 봄기운을 받은 대지는 새싹들을 틔어내고, 감미로운 숲의 향기가 말의 코를 오물거리게 했다.

우사가 말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

마마, 뇌질왕가의 시조를 아시지요.”

그럼, 천신 이비가지와 가야산 산신 정견모주 사이에 태어난 시조 뇌질주일 왕, 아니오.”

하지왕은 어릴 때 후누 장군으로부터 들어 뇌질왕가의 계보를 외우고 있었다.

아니오.”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태사, 그러면 이비가지와 정견모주가 아니면 누가 우리 시조란 말이오?”

흉노족 휴저 왕자, 김일제(金日磾)입니다.”

아니, 흉노족이 우리 시조라고요!”

하지가 놀라자 느리게 가던 말도 움찔 뛰었다.

그렇습니다. 저도 김씨 일족으로 김우사입니다. 우리 김씨의 시조가 흉노족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뇌질왕가와 우리 대가야의 역사를 통째로 부인하는 것 아니오.”

아닙니다. 오히려 대가야의 김씨와 금관가야의 김씨, 신라의 김씨가 한 집안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를 쉽게 하나로 묶어세울 수 있습니다.”

태사,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오? 흉노족의 후예라면 남의 조소가 되지 않겠소?”

남의 조소가 되어 부끄럽기는커녕 대가야 제국을 묶어주는 큰 힘이 되겠지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