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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24. 최고가 되려면

작성일 : 2021.04.05 08:02

최고가 되려면

                                                                                                                                                /윤일현

치고이너바이젠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34살에 작곡한 명곡이다. 이 곡은 연주법상의 기교를 총망라한 난곡중의 난곡이어서 그 당시에는 사라사테만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주가와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불렀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3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연습하면 보통 사람도 천재가 되지 않을까요첼로의 성자라 불리는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카잘스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하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만년에 어느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의 연주는 이미 완벽한데, 왜 힘들게 계속 연습하는가요?” 카잘스는 이렇게 답했다. “95세인 지금도 연습을 하고 나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은 연주야말로 음악의 꽃이며 정직한 육체 행위다. 연주자가 된다는 것은 연습의 연속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고교, 대학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야금 연습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는 영감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하다 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잘 모를 수 있다그는 긴 세월 동안 하루 적어도 열 시간은 일했다고 한다.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도 남에게 뒤처질까 두려워 하루 열 시간 이상 읽고 썼다고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200번이나 고쳤다고 한다. 왜 그렇게 고쳤는지 물었을 때 더 적합한 단어를 찾으려고요라고 답했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는 작품이 완성되면 일단 서랍 속에 넣어두고 3개월에 한 번씩 고쳐 썼다고 한다. 소동파의 적벽부를 보고 감탄한 친구가 이 글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느냐고 물었다. 그가 앉은자리의 불룩한 부분을 들쳐 보여줬는데 퇴고한 원고 뭉치가 그렇게 쌓여 있었다.

연습량만 많다고 원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먼이 전성기 때 기자가 질문했다. “선생님이 오늘의 경지에 이른 비결이 무엇인지 좀 설명해 주십시오.” “연습입니다. 천재의 99%는 연습에서 나옵니다.”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기량이 향상되지 않는 학생들은 어려운 부분을 대충 연습하고 빨리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려운 부분일수록 박자를 지키며 천천히 연습해야 합니다. 처음에 정확하게 연습하지 않으면 늘 그 부분에서 틀리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진도 빨리 나간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선행학습의 역기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과 질이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빨리, 많이 보다는 제대로, 정확하게, 천천히 다지며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시인, 대구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