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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4.01 07:55
눈 온 날 2 /조 성 범
밤 새 산 속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난다.
긴 추스름 끝에
새벽
밖이 환했다.
생각대로 눈이 왔고
지근거리에 밤새 아이처럼 울던
고라니 발자국 몇,
겨우내 짐승처럼 울던 가지에
핏기 어린 매화꽃 몇,
첫 흔적을 남겼다.
봄의 태동,
눈 속에서 다시
아이 우는 소리가 났다.
-<부산시인>2017년 봄호
*조성범 (부산 금정); 시인, 2009년 <현대시문학> 등단, 시집 <가우뚱> 외
현재 부산문인협회(한국문협 부산지회)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부산시인 협회 회원
조성범 시인은 현재 부산 금정산 기슭에 살면서 부산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부산광역시 지회) 사무국장으로 회원이 1200명이나 되는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 동안 농부 지망생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경남 산청군에 산 적이 있다. 지금도 가정적이며 애완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어쩌면 도시의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친구도 좋아하여 지난 해 11월 말 정읍에서 개최된 한국문협 지회, 지부 대표자 회의를 참석하는 와중에도 그 지역 농민 지망생 동기를 만난 따뜻한 사람이다. 이러한 그의 삶의 체험과 태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작품이 추천작 <눈 온 날 2>이다.
이 작품은 연 구분을 하지 않는 단연單聯시이다. 그러나 문장이 끝날 때마다 마침표를 찍고, 쉼표도 두 군데나 찍어 의미의 단락이나 이미지의 전개 과정, 심지어 호흡 즉 리듬의 여유로움까지 살리고 있다.
첫 문장 1,2행은 산 속의 겨울밤의 적막감을 아이 우는 소리를 등장시켜 더욱 적막하게 한다. 둘째 문장 3-5행은 새벽이 와 밖이 환해졌다는 시간적 흐름을 응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셋째 문장은 앞의 두 문장에 비해 단문이 아니고 복문으로 7행부터 12행까지 걸쳐 있다. 여기에서 밤새 눈이 내렸고 아이 울음의 정체가 고라니 울음이고, 바람도 다소 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 편으로는 눈과 바람 속에서 매화꽃도 피어 계절의 무상함과 엄정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넷째 문장은 13행부터 15행까지로 봄이 오는 소리를 아이 우는 소리로 형상화 하고 있다. 단지 앞의 단문처럼 간단하지 않고, ‘봄의 태동’이라는 설명적 진술이 가능한 부분을 쉼표로 처리하여 응축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마지막 행의 ‘아이 우는 소리’는 그것이 고라니 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람 소리도 아닌 애매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봄이 오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조 시인의 시는 전반적으로 간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풍경이지만 그것이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고, 미세한 청각적 이미지를 등장시켜 다소 동적인 상상력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개성적이다. 그리고 눈의 상징이 겨울이라는 죽음이 아니고, 만물이 소생하는 포근한 봄을 느끼게 하는 것 역시 조 시인의 시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양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