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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22> 이원도의 좀벌레

작성일 : 2021.03.11 01:31

좀벌레

 

이원도

 

뒤주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이 어둠속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점점 두꺼운 어둠으로 몸을 감싼다 나는 어둠에서 먹을거리를 찾는

다 어둠에 싸인 숨은 고요는 쓴맛 끝에 나오는 단맛에 취한다

고요가 이토록 맛있는 것일까, 야금야금 뜯어 먹는다 어둠을 흔들

면서 지나가는 금부도사의 육모방망이가 뒤주를 두드리며 지나가자

틈사이로 들어온 주소불명의 햇살이 눈부시다 御名은 아파트 그림자

를 정원수가지에 널어 말린다 나를 건조시키려는 빛이 뒤주 가장자

리를 향해 다가온다 당쟁이 그치지 않은 회의장은 외벽 전체가 어둠

이다 회의장 입구에는 투명양복을 입은 力士들이 검문검색을 한다

검색대를 통과한 나는 곧 신선해질 것이다

독방 뒤주는 꿈이 만든 한 송이 꽃이다 몸의 중심축을 이파리 뒤에

숨겨둔 나는 식이요법으로 망가진 치아를 맞닥트리며 널빤지를 갉

는다

-부산시인2016.여름호

 

 

 

*이원도(부산, 해운대구);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2000서정시학등단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수상, 시집 구룸 사육사, 장자와 동행, 평론서

이상이 만난 장자() 부산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이원도 시인의 시는 전통적인 서정주의 시는 아니다. 다분히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시작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장자와 이상의 시를 연결시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비평 작업도 그러하다. 그는 장자의 상상력을 초현실주의와 연결시켜 이론화한 동양과 서양의 이론을 통섭한 평론가이다. 그의 시도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상식적인 상상력으로는 읽기가 힘들다.

이 시 좀벌레는 우선 형태면에서 산문시이다. 산문시를 택한 까닭은 이 시는 분석적이고 토의적으로 읽어야 하는 특색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시는 그의 다른 시보다는 다소 읽기 쉽다. 그 까닭은 풍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의 시적 제재는 좀벌레이다. 말하자면 현실을 왜곡시켜 좀먹는 존재들을 풍자한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에서 화자가 좀벌레인 것이 더욱더 풍자적이게 한다. 이 시의 표면적 의미구조는 좀벌레가 뒤주 속으로 먹을거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좀벌레가 내뱉는 시어들은 이중적 시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부도사어명을 받아 육모방망이로 두드린다는 것은 과거 즉 조선시대의 어휘들이다. ‘아파트투명양복을 입은 역사등은 현재 혹은 미래의 어휘들이다. 이렇게 이 시는 과거의 상상력과 현재 혹은 미래의 상상력이 교차된다. 그러면서 당쟁이 그치지 않는 회의장등과 같은 현실을 풍자하는 어휘들도 있다. 이렇게 다층적 구조를 가진 점이 이 시를 개성적이게 만든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