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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11.23 10:40 수정일 : 2023.11.23 08:38
106.금주의 순우리말 – 산드러지다
/최상윤
+밑짝* : ‘아내’를 속되게 일컫는 말
◇음주에는 ‘철찾을’ 필요가 없다. 분위기와 시간만 적당하면 술은 마실 수 있다. <둔석>은 다양한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어 보았다. 술이 우리의 ‘반달문’을 넘어 ‘알근하게’ 되면 경험상 대개 세 유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잔망하거나’ 제 멋대로 인 유형. 둘째는 ‘산드러져’ 술자리 분위기를 끌고 가는 유형, 셋째는 빈 술병이 여기저기 쌓여가도 ‘알근하기’는커녕 바위처럼 앉아 위의 두 유형을 ‘갈마보기’만 하는, 술값이 아까운 유형.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술자리 파장 이후 꾼들을 각자 택시를 잡아 귀가시킨 후 나는 통금시간(밤 12시)에 쫓겨 슬라이딩하듯 가까스로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자식놈들과 내자에게 지갑을 풀어 아낌없이 용돈을 쥐어준다.(다음 날 홀쭉한 지갑을 보고 후회막급이었지만.) 그리고 각자 방으로 흩어지면 나는 내자 앞에서 <운명> 교향곡이나 <고향초>를 멋지게 지휘하면서 흥얼거리면 내자는 아이들 잠 깨운다고 한사코 말리었다.
네 자식놈들 모두 출가시키고 내자마저 명부(冥府)로 보낸 지금, 그때를 회억해 보면 그래도 그때 그 젊은 시절이 즐거웠고 그립구나.
소크라테스 형은 ‘너 자신을 알라’ 했는데 ‘둔석’은 어느 유형에….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