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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읽기 20> 김필규의 아침 강변에 서서

작성일 : 2021.02.18 08:29 수정일 : 2021.03.04 10:55

아침 강변에 서서

/김필규

 

안개가 강물에 머리 감고 있는 아침

아무도 없는 아침 강변에 서서

소리 질러 불러보고 싶은 이름

춘우야

석만아

대답이 없다

짜식들 뒈졌나, 대답이 없어!

 

그렇다, 갔구나

그들은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코흘리개 불알친구

소리 질러 불러본 이름은

아침안개가 다 받아 삼키고

강 건너편에는 들리지 않는가보다

울컥!

가슴이 멘다

피안에서는 그렇게 대답해 오는구나

-시집 꽃무릇 피는 사연(2015, 문학의 전당)

 

*김필규(부산, 북구); 시인, 국어학자, 경북 의성 출생,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아대 대 학원 석사과정 졸업. 시집 잡목으로 서서,가슴에 흐르는 강,달빛 푸른 골짜기, 어 머니의 지팡이, 꽃무릇 피는 사연등의 시집과 산문집 내 안의 흑백사진등이 있음.

 

 

김필규 시인은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출신으로 졸업 후 부산에 내려와 고등학교 교단에 서면서 동문들 가운데 가장 먼저 동아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분이다. 그 당시 60년대 후반에는 석사학위만 있으면 대학교 전임이 되던 시절이었다. 몇 해 동안 시간강사를 하다가 그만 두고 고등학교 교사에만 전념하다가 정년을 하였다. 그 자신 자기의 신상에 대하여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으나, 대학 전임이 되지 않은 까닭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의 올곧은 성격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시간강사 시절 실력 있는 국어학자였으며 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김 시인이 정년을 하고 오래 되지 않은 어느 해에 필자에게 그의 첫 시집 잡목으로 서서가 배달되어 읽어 보았다. 필자는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분이 왜 현대문학을 전공하지 않고 국어학을 전공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2016년에는 그의 제5시집 꽃무릇 피는 사연이 배달되었다. 필자는 벌써 5권의 시집을 내었다는 점에 존경을 표하면서 정독하였다. 그리고 시집 커버 뒷면에 있는 김 시인의 아들 서울대 영문과 김보민 교수의 글을 읽었다. 그는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영미희곡을 전공했으며 40대 초반에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말하자면 김 시인의 감수성을 이어받은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김 시인의 시는 서정성이 농후하며 비록 시인 자신의 일상사가 제재가 된 작품일지라도 독자들의 정서를 유발시켜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말하자면 개인적 체험을 객관화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의 고향은 경북 의성인데 위천강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지금은 낙동강변에 살고 있다. 그에게 강은 유년 시절의 추억이자 현재의 삶의 터전이다. 아마 아침 저녁을 낙동강변을 산책하면서 어린 시절의 위천강을 떠 올릴 것이다. 이러한 체험이 형상화된 작품이 아침 강변에 서서이다. 이 시 속의 화자 즉 김 시인은 아침 강변에 나와 코흘리개 불알친구두 사람의 이름을 강 건너편을 향해 불러본다. 그러나 대답은 없다. 아마 화자는 이 친구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일종의 시치미떼기 화법으로 그들을 불러본다. 유년 시절 친구에 대한 그리움은 첫째 연 마지막 행에서 짜식들 뒈졌나, 대답이 없어에서 거친 독백화법으로 극대화 되고 있다.

둘째 연은 대답 없음에 대한 화자의 해석이다. 해석이라고 해서 시적형상화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소리를 안개가 삼켜 전달되지 않았다고 감각화하는 부분이나 마지막 셋째 행의 울컥!’과 같은 시어나 피안에서는 그렇게 대답해 오는구나같은 독백화법 등 다양한 어조로 인하여 다이나믹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들이 떠나간 것에 대한 허망감 혹은 노년의 쓸쓸함까지 느껴지는 점에서 다층적인 감동을 자아내개 한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