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가요산책 37> 조항조의 거짓말

작성일 : 2021.02.06 08:53

조항조, 거짓말

 

이승주 (시인)

 

 

 

명곡(名曲)은 노래에 전류가 흐른다. 그래서 명곡을 들으면 가슴이, 심장이 감전이 된다. 오래도록 쉬이 그 찌릿함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것이 사람들이 명곡에 빠져들고 명곡을 사랑하는 까닭이고, 그런 귀한 명곡들을 만난다는 건 적지 않은 복이다. 더불어, 더 말하지 않아도 그런 명곡들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뛰어난 가수를 만난다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사랑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

돌아온다던 그 말도 거짓말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

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 둔다

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안 되지

이젠 더 이상 믿어선 안 되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다시 한 번만 더 나 너를 다시 한 번만 더

너에게 나를 사랑할 기횔 주어 본다

어떤 사랑으로 나의 용서에 답하련지

또 잠시 날 사랑하다 떠날 건지

마치 처음 날 사랑하듯 가슴 뜨겁게 와 있지만

난 왠지 그 사랑이 두려워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어떤 사랑으로 나의 용서에 답하련지

또 잠시 날 사랑하다 떠날 건지

마치 처음 날 사랑하듯 가슴 뜨겁게 와 있지만

난 왠지 그 사랑이 두려워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사랑은 영자순희처럼 흔하다. 심야의 영화관이나 까페, 한강변이나 공원 어디에서도 사랑은 불황을 모른다. 어디 사랑만 그러하랴. 이별 또한 오빠자기처럼 흔하다. 노래마다 사랑과 이별이 흘러넘친다. 가히 사랑과 이별이 아니라면 노래가 아니다. 조항조의 거짓말도 매번 사랑에 속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그 사랑을 놓지 못하는 지순한(?) 사랑, 아니 바보 같은(?) 사랑을 노래한다.

, 많은 날들의 그 수많은 사랑의 믿음들은 헛되이 다 어디로 갔을까. 많은 날들의 그 수많은 눈물의 기도들은 또 모두들 부질없게도 다 어디로 갔는가. ,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이 사랑의 맹서는 세상 가장 큰 헛된 거짓말이어야 하는가. , 끝내 다 지킬 수 없는 거짓말이 되고 마는가. 그래서 다반사로 결국에는 모두들 사랑의 배신자가 되고 마는 것인가. ? , 사랑했으면서 너는 떠났나. , 수없이 속으면서도 또 나는 너를 기다리나. 왜 또 너를 용서하고, 바보같이 그 사랑이 두려우면서도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지도 모를 너를 기다리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싶어 다시 한 번만 더 너에게 나를 사랑할 기횔 주려 하는가. 사랑이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아? 그렇지. 그렇더라도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제발”.

 

조항조. 내 마음이 세운, 우리 가요사를 수놓는 불멸의 가수들을 위한 명예의 전당(殿堂)’ 명부(名簿)에 그를 추가하며 다시금 그의 명곡 거짓말에 빠져든다. 노래가 리듬을 타고 흐른다. 리듬이 노래를 얹어 흐른다. 노래와 리듬이 한 몸이 되어 애절함 속으로 미끄러져 흐른다. 노래와 리듬의 흐름을 따라, 이 명곡을 만든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들에게 바치는 나의 깊은 감사의 마음도 뒤따른다. 어느새 마음 우물물이 맑아지고 그 위에 옛시조 한 수가 어룽지며 비친다. 읽는 바로 그 순간 그대로 나의 뇌리와 심중에 날아와 꽂힌 절창(絶唱)의 시조.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날 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이리

김상용(15611637)

 

조항조의 거짓말이 떠올린 옛시조를 나직이 거듭 읊조리며 내 사랑의 양지와 음지를 따라가 보노라니 문득 오래 전에 쓰고 잊은 졸시 한 편이 새삼 또 떠오른다. 시집을 찾아 읽어 본다.

 

마라도 앞바다의 새벽 해무가 피워 올린 봄이

밀양 삼문동까지 밀려와 뜨락의 살구나무 혼란스러운데

당신은 나에게 달콤한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이네

당신의 거짓말은 봄을 닮아

내 가슴의 꽃망울을 자꾸 흔드네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내 가슴에 마구 밀려오는

사랑스러운 당신의 거짓말 속에서 오는 봄

봄 한 철 또

당신의 거짓말 속에서 마구 밀려오는 봄 한 철 또

살구나무처럼 꽃 피고 지고 살겠네

이승주, 거짓말 속에서 오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