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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17> 김종기의 매산에 올라

작성일 : 2021.01.21 07:52 수정일 : 2021.01.21 07:57

매산梅山에 올라

김종기

 

산마루에 노을이

가볍게 내려와 앉아 있다.

하행선 상행선이 멈추고 떠나노라

순천역 기적 소리가 아득히 꽃힌다

 

귓불까지 붉은 땀이 흐른다

오르는 매산 숲길이

부는 바람보다 수선스럽다

귀소歸巢한 새들이

저녁밥을 짓기 때문일까

 

토끼풀 성성했던

선교사 집들이 몇 채 안 남았고

우뚝 선 먼 아파트와 똘똘한 양옥들이

아늑히 행복을 밝힌다

 

그리움은 오로지 침묵일 뿐

뉘우침은 더욱더 숙연할 뿐

이 산등성이 젊은 날의 내 자리에

영원히 깨어 있을

속울음이 속뼈를 세운다

 

-시집순천이라 불러 주세요(2015,10.창조문예사)에서

 

김종기(경기,용인);시인,전남 순천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1995<크리스챤문학>, 1997<문예사조> 등단. 숭의여고교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한국장로문학회 회원, 시집순천이라 불러 주세요9, 영랑문학상(1999),한국장로문학상(2004),좋은 작품상<시조>(2007)등 수상

 

김종기 시인은 전남 순천 토박이이다. 그는 순천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순천에서 졸업 하고 상경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단에서 평생을 보내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였다. 개신교 장로교회 장로도 은퇴하여 원로장로가 되었다. 시집순천이라 불러 주세요1938년 생인 그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순천이 시적 공간이 된 작품들로 엮어진 시집이다. 말하자면 노시인의 망향가인 셈이다.

매산은 호남장로교회의 본산인 순천 중앙교회 뒷산으로 주봉은 멀리 있지만 3-400m 되는 뒷동산이다. 남장로교선교부의 선교사들의 주택과 그들이 설립한 매산중교등학교가 있으며 아래 마을이 매곡동이다. 매화나무가 많아 이른 봄에는 매화꽃이 만발하기 때문에 매산梅山이라고 한다. 김 시인은 시 고교 시절 18이라는 산문시에 의하면 방과후 매산 기슭 선교사들의 집 담을 끼고 올라가 가곡 <바위고개>3절까지 즐겨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추억이 묻어나는 매산이 이 시의 제재가 되고 있다.

이 시에서 시적화자는 노년이 되어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든 매산에 올라 아랫동네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것을 인식하는 태도와 그에 따른 어조가 시적 장치를 통하여 객관화 되어 있으며, 긍정적이다. , 노년이라는 인식의 시점이 직접적으로 진술되어 있지 않고 상징적이다. ‘산마루의 노을귀소한 새들이 저녁밥을 짓기라는 표현을 통하여 암시할 뿐이다. 그리고 풍경을 감각적으로 객관화하고 있다. ‘순천역 기적 소리가 아득히 꽂힌다라는 부분과 새소리를 바람소리와 대비한 것이 그러한 부분이다.

노년기의 시적 인식은 대부분 허무의식을 깔고 있다. 그러나 김 시인은 셋째 연에서젊은 날에 비하여 사라진 풍경과 변해진 풍경에서 오히려 행복을 발견한다. 마지막 연에서도 그리움과 뉘우침을 사물화시켜 영원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와 사라진 것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그의 신앙 즉 개신교의 영원한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