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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노래는 길다

<가요산책 34> 이동원의 이별의 노래

작성일 : 2021.01.16 10:25 수정일 : 2021.01.16 10:34

이동원, 이별 노래

 

/이승주 시인

원래 시는 노래였다. 시의 본령은 음악적, 율격적 요소를 함유한다. ‘()’, ‘()’, ‘()’ 등이 말해 주듯 우리 문학에 있어서도 근대문학 이전까지는 시문학(詩文學)’이 아니라 시가문학(詩歌文學)’이었다. 오늘날 시노래, 시낭송의 자리도 여기에 기인한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이동원이 부른 이 애틋하고 서정적인 노래는 정호승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노래는 가락의 변주와 반복이다. 그런 점에서, 변주와 반복으로 짜여진 이 시는 노래에 더 적합한 구조이다.

시노래는 이별의 아쉬움과 그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기꺼이 배경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기꺼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라서 떠나는 그대 /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나는 곳 / 내 먼저 떠나가서 /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 노을이 되,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져 삶의 번민과 고뇌가 깊어지면 나는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 별이 되리라 언약한다. “조금만 더 늦게떠나달라는 나의 애원과 당부도 뿌리치고 만약 그대가 지금 떠난다면, 나는 그대를 사랑하기에는 아직 이를(빠를) 것이고 또 그대가 떠난 뒤에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못할것이므로, 피치 못할 어떤 사연으로 그대가 기어이 떠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이라도 더 늦게 떠나주신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변함없이 내 그대를 사랑하겠노란다.

이동원의 이별 노래''을 통해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다면, 유심초가 부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원 노랫말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을 통해 마침내 사라지고 말 존재의 유한함과 재회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이 된 저렇게 많은별들 중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별 하나”, 사랑의 사람은 그 별 하나를 알아챈다. 언젠가는 이 된 그대도 우주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수한 별들의 밝음 속으로 사라지고, 나도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늙고 죽어 우주의 어둠 속에 묻힌다. 어쩌면 지금 내가 눈맞춤하는 저 도 수천수만 광년을 건너온 별빛이어서 벌써 우주의 블랙홀이나 암흑물질 속으로 사라진 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된 그 수많은 별들이 하나둘씩 돋아나는 이 저녁에’ “이렇게 정다운눈빛의 교감만으로도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또 만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