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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읽기 16> 김미순의 포항에 가면

작성일 : 2021.01.07 05:02

포항에 가면

-물회를 먹으며

 /김미순

 

오늘은

되도록 크고 넓은 그릇을 준비하자

 

가자미, 광어, 우럭, 도다리

아니야

한치, 오징어, 소라, 싱싱한 전복도 데려와야지

오이, 양파, 당근야채는 날씬하게 채 썰고

매콤한 고추장과 고소한 참기름도 듬뿍

배 사과로 맛을 낸 살얼음 물을 살짝 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비빈 후

물을 마시듯 벌컥 벌컥 들이키듯 먹는 거야

바다가 송두리째 목구멍으로 넘어가도록

 

세상을 확확 풀어 다독여 주는

말을 잃어가는 목청을 위하여

한 자락 삶의 파도를 만드는 거야

내 안에 알맞게 양념된 세월을 만드는거야

아픈 상처도 맛있게 아물도록

달래며 달래며.

 

-시집 선인장 가시, 그 붉은 꿈(2015,11.두손컴)에서

*김미순(부산, 해운대) 시인, 대전 출생,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교육학석사), 1990문학과 의식등단, 시집선인장 가시, 그 붉은 꿈7, 한국문인협회, 국제 PEN 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부산여성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등 수상,

여행체험이 시적 제재가 된 시가 대부분인 시집 선인장 가시, 그 붉은 꿈(2015,11)에서 골라본 시다. 여행시하면 간 곳의 느낌을 스케치 하듯 가벼운 시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의 제재는 포항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먹거리 물회가 제재가 되어 있다.

김미순 시인의 시는 대부분 여성적 화자라기보다 중성적 화자이다. 말하자면 여성성의 특징이자 단점이 되기 쉬운 가냘픔이나 섬세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중성적 화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남성적 어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이 이 시를 더욱 개성적이게 만들고 있다. 말하자면 물회를 아구아구 먹는 시적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남성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시가 단순한 여행체험으로 끝나지 않는 부분은 마지막 연이다. 물회의 맛은 매움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화끈함에 있다. 그 화끈함에다 삶의 녹녹하지 않음을 풍자하여 일종의 관념을 부여하고 있다. ‘말을 잃어가는 목청‘,’알맞게 양념된 세월‘,’아픈 상처도 맛있게 아물도록같은 표현에서 고달픈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면서 궁극적으로 치유의 경지까지 도달하고 있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