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작성일 : 2020.12.28 02:17
16.코로나와 독서
코로나19는 학교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교실 수업을 받고,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공교육이 제공하는 학습 활동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했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장난을 치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 나가 뛰어노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도 알게 했다. 비대면 온라인 원격 수업은 학습 격차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와 생활 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종일 집에 머물면서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학생들은 집이 지옥과 같다고 했다. 마음대로 친구를 만날 수도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고함을 지르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상당수의 학생은 밤낮이 바뀌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가도 알게 했다.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엄청난 학습 격차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자녀는 온라인 수업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즉시 도움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교사의 대면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도 알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다. 어디에 있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습관이 학습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학생이 직접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후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한 걸음씩 더 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배양된다. 학생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하도록 부모님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줄 때 이 능력은 더 잘 배양된다. 부모가 매사에 간섭할 때 학생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간다.
독서 습관이 형성된 학생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학생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한다. 독서를 통해 몰입과 집중의 능력을 배양한 학생은 일반적으로 불안해하거나 막연히 걱정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얻게 된 언어의 질과 양이 학생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어가 빈약하면 표현력이 떨어지고 성격도 거칠고 난폭해지는 경향이 있다. 본받고 싶은 사람을 만나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누고, 고전 작품을 읽으며 지식을 축적하고 다방면에 걸쳐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는 학생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재난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원격 수업을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은 모두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우리의 일상생활과 교육 현장에 더욱 생산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윤일현〈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